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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교회는 인터넷을 무엇 하는데 쓰는가

본지 편집부에서는 종종 지역 교회 형제 자매 및 목회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좌를 연다. 주님께 받은 것을 주위 지체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취지에서이다. 크리스천 생활 세미나, 인터넷 선교, 각종 워크숍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들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강사도 순전히 주최측의 인맥으로 구성된다. 다른 분을 모시려면 강사 사례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적 한계도 있다. 대부분 서울에서 모셔 와야 하므로 교통비도 많이 들며, 또 그 분들이 시간을 내주시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세미나 수준이 함량 미달이라는 말은 아니다. 아무나 강사로 모신 적은 없다. 정말 훌륭하신 분들은 곤란한 부탁임에도 오히려 선뜻 응해 주신다. 그래서 새벽 차로 광주에 내려오시거나 전날 밤차로 와서 아무 데(?)서나 주무시고 다음 날 서둘러 올라가시는 힘든 여정을 마다하지 않으신다. 이런 분들 덕택에 그동안 voice21은 분에 넘치는 강좌들을 광주 지역에서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많은 수가 모이지도 않는다. 어렵게 유명한 분을 모셔 놓고, 시간이 지나도록 자리가 차지 않으면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더욱 더 열강을 해 주셨던 강사님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인터넷 선교, 선교의 사각지에 적합지난 주간에도 세미나를 하나 열었다. 광주지역 목회자 열 일곱 분과 일반인 네 분을 모시고 '세계인터넷선교학회' 총무 김태한 선교사님을 초청하여 인터넷 선교에 대한 귀한 말씀을 나누었다. 주최측인데다가 이미 인터넷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자만까지 겹쳐, '뻔한 이야기의 반복이겠지'하며 무심코 듣고 있던 나는 참으로 중요한 질책의 말씀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기독교나 교회에 관한 내용들을 찾아보면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이곳에는 수많은 내용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꼭 필요한 내용들이 적합한 방법으로 적절한 곳에 열려 있다고는 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홈페이지들은, 미안한 표현이지만 단지 '광고지'에 지나지 않았다. 교회 홍보용 홈페이지, 목회자 이력서 홍보 도구로 밖에 볼 수 없는 교회 관련 홈페이지들의 홍수 속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는 지금의 기독교 홈페이지들과 이들로 도배된 인터넷 공간에서,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은  한국 기독교를 과연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심히 걱정이 되며 두려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선교의 도구'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이를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선교의 문을 막고, 한 몸인 교회를 분열시키는 작업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미나 내용 중에 인상깊은 부분이 있어서 옮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선교사를 파견해 놓고, 이분들의 선교 보고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적나라하게 올리는 교회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에서 선교를 한다는 것은 사실 목숨을 건 모험이다. 전도하다가 발각되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밀 사항'을 우리네 교회들은 교회 홍보 차원에서 인터넷을 통해 '중계'를 하고 있다. 누구누구 선교사가 어디어디 지역에서 이러저러한 사역들을 하고 있노라고. 이는 선교지 당국에 우리 선교사님들을 고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교회는 지금 이런 곳에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 우리 모두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이것을 합시다!"라고 할 때, 그것이 과연 주의 일을 빙자하여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크리스천에게 있어서 절대적으로 잘라버려야 하는 관념 중의 하나이다. 오직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일에만 발벗고 나서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묻고 싶다. 지금 교회는 인터넷을 무엇 하는데 쓰는가. 좋은 소식이 전해지지 못하는 지역을 향한 전략적 선교의 수단인가, 연합의 수단인가, 기독교적 변증의 수단인가, 그것이 아니면 자기 자랑과 허영으로 치장한 일개 홍보용지로 보고 있는가 말이다. 제발 좀 이제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을 바라보며, "야, 이거 우리도 해야겠다. 청년부에 인터넷 좀 잘 하는 형제 시켜서 교회 홈페이지 하나 만들라고 해야지!", "홈페이지를 무료로 만들어 주고 관리비만 받는 데가 있다는데, 참고해야겠군." 이런 식의 생각은 수많은 공해 만들기에 일조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는 더 연구하고 고민한 뒤에 정말 필요한 홈페이지를 구상해야 한다. 지금은 교회 홈페이지 만들어주기가 일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주요 사업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이 무엇을 만들겠는가. 뭐 하자는 것인가.

이제 앞으로는 아무도 '교회 홈페이지'라는 곳을 클릭(Click)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사람들은 워낙 많은 광고지들에 질려 있기 때문이다. 뻔한 곳에 왜 또 들어가겠는가. 이렇게 되면 선교를 하겠다는 원래의 포부와는 달리 결과가 어떻게 되어 가는가. 선한 의도는 어디로 가 버리는가. …진정 슬픈 일 아닌가.

황희상 편집장 / joyanc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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