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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1

참 잘 지어진 이름, '부질없는소리'

'부질없는 소리'에서 <Voice21>까지,
그간의 행로와 고민들


어느 날 광주중앙교회 대학부에 다니고 있던 세 명의 청년들이 모여 인터넷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 전파를 다짐했다. 김형석(당시 26세)형제의 역할은 인터넷을 통한 멀티미디어 선교, 여기에 귀한 내용을 담아낼 사람은 전의석(23), 또 이들의 사역에 대중문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은 김주원(26)의 기독음악사역이었다.
 

개혁주의 문화정론을 표방하기까지

무가(無價)지로 '부질없는 소리'가 발간된 후 약 2년 동안은 주로 자교회(광주중앙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되었다. 젊은이들이 발간하는 잡지답게 시사나 정치, 경제, 역사에 대해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비판을 가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을 최대한 이용했기에 발간 초기부터 젊은 크리스천들에겐 꽤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초기엔 전문 인력의 부재로 좀 더 체계적인 기자 교육을 하지 못해 기사가 세련되지 못했다.
한편 광주중부교회(오치동)와 광주소망교회(용두동)에서도 각각 '만나와 메추라기', '하나님을 느낌'이라는 잡지가 발간되고 있었다. 두 잡지의 편집장은 전남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던 황희상(당시 22), 강정룡(22)형제. '부질없는 소리'의 독자이기도 했던 이 두 사람이 합류하고 황희상 형제가 편집장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잡지의 내용 및 편집 상태도 점차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면 잡지는 96년 12월부터 <TheVoice>로 이름이 바뀌고 동시에 김형석 형제는 지면 잡지를 웹진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독교 잡지'을 발간했다.

하지만 잡지의 외형과 편집 상태, 그리고 매체가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변화되었을지라도 독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TheVoice>의 내용은 여전히 문화 변혁적인 기존의 생각에 머무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구호처럼 외치거나 기자들의 비판적 시각을 기독교적 신앙으로 체계화시키지 못해 인본주의적인  선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은 대부분의 문화 운동을 하는 기독 단체들의 사상이기도 하다. 지금 voice21은 조금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잡지의 특징이 되었다. 그 시절의 기사문들을 읽고서 오늘의 기사와 논조가 다른 데 대해 의아해하는 독자들에게 미리 이해를 구하곤 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성경적으로 문화보기

'문화'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매우 다양해서 꼭 하나로 짚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칼빈주의에서 말하는 문화의 개념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들의 계획적이며 자유스럽고 통치적인 문화"로 정의된다.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그것을 섭리, 통치하시는 모든 것을 문화라 보는 것이다. 크리스천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과 문화를 바라보느냐의 문제는 삶의 양태까지 결정한다.
크리스천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세상과 아예 '단절된' 생활을 택하여 마치 구도자처럼 살아가든지, 아니면 반(反)하나님적 생각으로 가득 찬 이 세상 문화를 완전한 기독교 문화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현재 대부분의 문화 사역이 이런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세상 문화가 하나님의 전적인 섭리와 운영 아래 놓여있음을 인정하고 그의 섭리를 체험하며 그가 하시는 일을 '바라보고 말씀을 보존'하는 것이다. 굳이 각각의 양태들을 개념화하자면 첫째는 방관주의요, 둘째는 문화변혁주의이며 셋째는 문화적 관조주의라 이름할 수 있겠다.

<TheVoice>는 점차 기존의 문화변혁주의를 탈피하고 개혁주의적이고 문화관조주의적인 논조로 통일되어 갔다. 모든 세상이 하나님의 전적인 통치와 섭리 아래 놓여있음을 인정하고 크리스천의 삶에 있어 가장 '성경적인' 자세가 바로 '관조주의적'인 데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적용들이지만.


여러 가지 핸디캡을 안고

잡지의 목소리가 보다 분명하고 명확해지자, 여기저기서 관심과 우려를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한 관점을 피력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편협함, 그리고 젊은이답지 않게 보수적인 성향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특히 어눌하고 세련되지 못한 기사 논조로 인해 매우 신랄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물론 그와 함께 격려도 있었음을 잊지 않았다.

현직 기자로 활동하는 학과 선배 한 분이 어느 날 잡지를 만든다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론인(Journalist)에게 중요한 것은 스킬(Skill)'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TheVoice>에서 무엇보다 갈급해 하고 중시했던 것은 무엇일까. 세련된 표현력과 자질보다는 기자 개인들의 삶에 체득된 바른 신앙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매체를 통해 표현해 내는 일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누구에게나 하나의 '꿈'과 같다. 그러나 매체의 상업성이 그리 만만치 않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저널리스트나 기자들 대부분은 이러한 꿈을 접어두게 마련이다. 생각과 관점보다는 스킬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나이가 어리고 물질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우리들의 약점은 오히려 현실 속에서 그 꿈들을 다져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특별히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점들엔 표현력의 부족과 기사 구성에 있어 주도면밀하지 못한 점, 젊은이 특유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지면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들이 있다. 이것들은 잡지를 만들면서  다양한 주장들을 섭렵하고 포용해내지 못하게 만든 주범이었다.
또, 다른 기자들 역시 그러했겠지만, 나 역시 심각한 고민에 빠진 적이 많다. 기독교계 저널리스트라면 누구나 고민해 봄직한 딜레마, 바로 기사의 '객관성'과 '교회 보호'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을 때 그 기사의 신뢰도는 기사의 객관성과 정확성에 달려 있다. 가령 신문을 읽을 때 기사에서 중대한 문제점과 갈등을 보도함에 있어서 취재원이 어디인지 누구인지를 전혀 알 수 없을 때는 이 기사가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나 <TheVoice>를 만들면서 이러한 기준을 들고 교회 문제를 다루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살려 믿을만한 기사를 쓸려면, 교회와 교인들에게 어떤 상처와 분열을 남기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 현상이 훤하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기사를 하나 소개한다. 교회 행사 중 하나인 일일 찻집에 관련된 기사가 그것. 일일 찻집의 운영이 교인들의 자발적인 마음이 없이 하나의 행사가 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발견하고 기자가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편집된 기사는 위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고 말았다. 취재 대상 교회의 이름과 취재원의 이름은 전부 가명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 '이 기사가 거짓말'이라고 매도해도 항변하기 어려운, 거짓말 같은 기사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는 기독 언론인으로 자처하는 내게  아직까지 커다란 고민으로 남아 있다.


언제나 드는 생각은

"그것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 우리는 주저 없이 광야에서 살기 원한다. 우리는 세상 부귀 안에서 살지만 마음은 항상 광야에 있다."(95년 6월 4일자, 월간 <부질없는 소리> 창간호 1면 중)
언제나 죄인 된 인간의 마음에 살며시 고개를 드는 생각이 있다. '인간인 우리가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교만이다. 세상과 믿는 자를 향한 <TheVoice>의 외침은 그래서 '1+1=2'라는 빠르고 명쾌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우리의 외침으로 인해 세상이 '-2'가 되건 '0'이 되건 '10000000…'이 되건 그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우리가 도무지 요구하거나 예상할 권리가 없다. 고작 2도 되지 않았느냐며 실망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맘 편하고 배짱 두둑한 삶인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는 참말 부질없는 소리다. 세상에게, 맘이 어두운 크리스천에게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가 원하시는 자들의 눈을 여시는 데 <TheVoice>를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면 그것만큼 우리에게 커다란 축복은 없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아.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지혜와 은혜의 부어주심은 이름 하나 짓는 데에도 도무지 지나칠 수가 없다. '부질없는 소리', 그리고 <TheVoice>. 생각할수록 참 잘 '지어진' 이름 아닌가!

정설 / 본지 창간 멤버. 광주한뜻교회 출석. 창간 후 수습기자 훈련을 받으며 활동. 97년 9월 1일 voice21 정식 기자로 임명. 98년 1월부터 10월까지 편집장 역임. 현재 광주도시문화웹진 '허스토리(herstory)'를 창간하여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능한 자매이다. 전남대 통계학과에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로 전과, 현재 3학년 2학기를 마쳤다. 대학 졸업 후 voice21로 화려하게 복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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