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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1 참 잘 지어진 이름, '부질없는소리' '부질없는 소리'에서 <Voice21>까지,
개혁주의 문화정론을 표방하기까지 무가(無價)지로 '부질없는 소리'가 발간된 후 약 2년 동안은 주로
자교회(광주중앙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되었다. 젊은이들이 발간하는
잡지답게 시사나 정치, 경제, 역사에 대해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비판을
가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을 최대한 이용했기에 발간 초기부터
젊은 크리스천들에겐 꽤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초기엔 전문 인력의
부재로 좀 더 체계적인 기자 교육을 하지 못해 기사가 세련되지 못했다. 하지만 잡지의 외형과 편집 상태, 그리고 매체가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변화되었을지라도 독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TheVoice>의 내용은 여전히 문화 변혁적인 기존의 생각에 머무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구호처럼 외치거나 기자들의 비판적 시각을 기독교적 신앙으로 체계화시키지 못해 인본주의적인 선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은 대부분의 문화 운동을 하는 기독 단체들의 사상이기도 하다. 지금 voice21은 조금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잡지의 특징이 되었다. 그 시절의 기사문들을 읽고서 오늘의 기사와 논조가 다른 데 대해 의아해하는 독자들에게 미리 이해를 구하곤 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문화'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매우 다양해서 꼭 하나로 짚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칼빈주의에서 말하는 문화의 개념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들의 계획적이며
자유스럽고 통치적인 문화"로 정의된다.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그것을
섭리, 통치하시는 모든 것을 문화라 보는 것이다. 크리스천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과 문화를 바라보느냐의 문제는 삶의 양태까지 결정한다. <TheVoice>는 점차 기존의 문화변혁주의를 탈피하고 개혁주의적이고 문화관조주의적인 논조로 통일되어 갔다. 모든 세상이 하나님의 전적인 통치와 섭리 아래 놓여있음을 인정하고 크리스천의 삶에 있어 가장 '성경적인' 자세가 바로 '관조주의적'인 데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적용들이지만.
잡지의 목소리가 보다 분명하고 명확해지자, 여기저기서 관심과 우려를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한 관점을 피력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편협함, 그리고 젊은이답지 않게 보수적인 성향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특히 어눌하고 세련되지 못한 기사 논조로 인해 매우 신랄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물론 그와 함께 격려도 있었음을 잊지 않았다. 현직 기자로 활동하는 학과 선배 한 분이 어느 날 잡지를 만든다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론인(Journalist)에게 중요한 것은 스킬(Skill)'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TheVoice>에서 무엇보다 갈급해 하고 중시했던 것은 무엇일까. 세련된 표현력과 자질보다는 기자 개인들의 삶에 체득된 바른 신앙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매체를 통해 표현해 내는 일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누구에게나 하나의 '꿈'과 같다. 그러나 매체의 상업성이 그리 만만치 않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저널리스트나 기자들 대부분은 이러한 꿈을 접어두게 마련이다. 생각과 관점보다는 스킬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나이가 어리고 물질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우리들의 약점은 오히려 현실 속에서 그 꿈들을 다져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특별히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점들엔 표현력의 부족과 기사 구성에 있어
주도면밀하지 못한 점, 젊은이 특유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지면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들이 있다. 이것들은 잡지를 만들면서 다양한
주장들을 섭렵하고 포용해내지 못하게 만든 주범이었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을 때 그 기사의 신뢰도는 기사의 객관성과 정확성에 달려 있다. 가령 신문을 읽을 때 기사에서 중대한 문제점과 갈등을 보도함에 있어서 취재원이 어디인지 누구인지를 전혀 알 수 없을 때는 이 기사가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나 <TheVoice>를 만들면서 이러한 기준을 들고 교회 문제를 다루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살려 믿을만한 기사를 쓸려면, 교회와 교인들에게 어떤 상처와 분열을 남기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 현상이 훤하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기사를 하나 소개한다. 교회 행사 중 하나인 일일 찻집에 관련된 기사가 그것. 일일 찻집의 운영이 교인들의 자발적인 마음이 없이 하나의 행사가 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발견하고 기자가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편집된 기사는 위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고 말았다. 취재 대상 교회의 이름과 취재원의 이름은 전부 가명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 '이 기사가 거짓말'이라고 매도해도 항변하기 어려운, 거짓말 같은 기사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는 기독 언론인으로 자처하는 내게 아직까지 커다란 고민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 우리는 주저 없이 광야에서 살기
원한다. 우리는 세상 부귀 안에서 살지만 마음은 항상 광야에
있다."(95년 6월 4일자, 월간 <부질없는 소리> 창간호 1면 중)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는 참말 부질없는 소리다. 세상에게, 맘이 어두운
크리스천에게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가 원하시는 자들의 눈을
여시는 데 <TheVoice>를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면 그것만큼
우리에게 커다란 축복은 없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정설 / 본지 창간 멤버. 광주한뜻교회 출석. 창간 후 수습기자 훈련을 받으며 활동. 97년 9월 1일 voice21 정식 기자로 임명. 98년 1월부터 10월까지 편집장 역임. 현재 광주도시문화웹진 '허스토리(herstory)'를 창간하여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능한 자매이다. 전남대 통계학과에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로 전과, 현재 3학년 2학기를 마쳤다. 대학 졸업 후 voice21로 화려하게 복귀할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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