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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1

 

 

 

 

 

 

  

■ 영화읽기


     

풀벌레가 윙윙거리는 어느 날. 강변을 지나가던 인무 '장'(문성근役)은 이상한 소녀(이정현役)와 만난다. 그녀가 무턱대고 인부 '장'을 오빠라 부르며 따라온다. 그리고는 '장'이 사는 창고로 따라온다. 소녀는 무언가 무서운 밀을 겪었던 것처럼 망가진 상태다. 찌르듯 파고 들어오는 소녀의 악몽. '장'은 그녀를 떼어버리기 위해 소녀를 학대하지만 소녀는 학대를 그 대로 받으며 자신을 학대한다.

기차 뒷켠에 서있던 '우리들'은 소녀를 찾아 떠난다. 의문사 당한 친구의 기일을 맞아, 그 가족을 찾아갔지만 '소녀'의 어머니는 이미 죽고(5·18), 하나남은 혈육인 그녀 역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끄럽고 잔인했던 80년의 의미를 찾으려는 듯 '우리'는 소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마치 순례자처럼. . .

황폐한 들판에서 소녀를 빌견했던 용달차 임씨, 시장 한 구석에서 조그만 선술집을 운영하는 옥포댁, 죽은 어린 연인의 횐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상태... '우리'는 소녀를 찾아 나섰지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남긴 흔적 뿐이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소녀를 학대하던 '장'은 그녀의 비극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간다. 죽어가는 엄마를 뿌리친 채 무더웠던 80년 5월, 악몽의 도시를 빠져나왔던 소녀의 슬픔과 한은 그녀의 내면 속에 깊이 응어리진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꽃잎」은 제작 초기부터 해외 유수의 배급사들이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 작품이다. 제작시인 미라신 코리아 측은 영국의 영화 배급사인 메이페어 사와 전세계 배급권을 48억원에 넘겼다고 발표해 국내 방화 사상 최고의 판권료를 받은 영화로 기록되였다. (「꽃잎」 제작비는 총 20억 원이었다.)

최윤 씨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원작으로 하였는데 장선우 감독 이 5·18영화를 만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화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 중 하나가 80년 5월 광주다. 당시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감옥에 있었다. 그때 마당극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나가면 영화를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의 충격 때문인지, 비합법 공간 활동의 한계를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겨레21 102호)

「꽃잎」은 광주 항쟁의 실체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에서 탈피해 격변의 정치적 사건의 와중에 놓였던 어린 10대 소녀의 정신적 상처에 초점을 맞추어 폭력의 허망함과 부당성을 고발해 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같은 우회적 방법으로 인해 비평가들과 국내외 영화 담당 기자 시사회에서는 "지나치게 상징적 방법을 사용해 광주항쟁의 아픔을 절실히 느끼는 데는 미흡했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미친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면 그저 딱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다. 어쩌면 「꽃잎」을 보고 난 후 마음이 더 갑갑해지는 것은 왜일까?

"이 작품이 그 동안 고통 받았던 광주 시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여기겠습니다." (광주일보 인터뷰) 그러나 「꽃잎」은 '위안'은 될지언정 '치료'는 될 수 없다.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더욱 더욱 패역하느냐 온 거리는 병들였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 뿐이어늘 그것을 짜며 싸매며 기름으로 유하게 함을 받지 못하였도다 너희 땅은 황무하였고 너희 성읍들은 불에 탔고 너희 토지는 너희 목전에 이방인에게 삼키웠으며"(사 1:5-7) 우리의 패역이 「꽃잎」의 미친 소녀를 만들었다. 그리고 역사는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할 것이다.

"주 여호와의 신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전파하며 여호와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신원의 날을 전파하여 모든 슬픈 자를 위로하되" (사 61:1-2)

하나님의 자녀는 이 땅에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살아간다. 미친 소녀에게 자유를 주고 '위로'가 아닌 '치료'를 준다. 「꽃잎」을 보며 마음이 답답하겠지만 주의 말씀으로 자유를 주어야 한다. 주의 말씀으로 이 땅을 치료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치료자이시기 때문이다. 여호와 라파! 치료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글 : <부질없는소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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