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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5

 

 

 



 

 

■수필

하나님의 섭리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치니 눈 앞에 보이는 새까만 글자들이 밤새 내가 편안한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음을 말해주고 있다. TV를 켜니 전혀 상식 밖의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본다. 집에서 누렇게 뜬 밥을 다 해치우라는 엄마의 명령에 식구들이 가득한 밥그릇을 각자 들고 악전고투(?) 할 때, 북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사 직전에 있다는 TV뉴스가 들린다. 드디어 모두 임무를 완수하고 부른 배를 두드리고 앉아서 담소를 나눌 때, TV에선 자기가 아는 인생은 오로지 전쟁 뿐인 14살짜리 아프리카 소년이 경계의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하나님의 섭리대학생활을 통해서 친구를 몇 못 사귀었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경직된 고등학교 생활을 벗어나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우리들은 그렇게 자유를 누렸다. 우리들은 너무나 제각각이었는데도 왜 모이게 되었는지 나는 아직도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들과 내가 확실히 다른 점은 그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양심에 기초한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나는 예수님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본다. 그것이 그들과 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차이점이었다. 그들을 동화시킬 수도, 그들에게 동화될 수도 없는 대신에 나는 그들에게서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제공받았다. 자주 남자 친구를 바꾸는 아이, 외모에 치중하는 아이, 승부욕이 강한 아이, 세상 일에 방관하다 못해 초연하려는 아이, 폐쇄적인 아이,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이해할 수 있고 애착이 생겼다. 느리고도 조심스럽게 서로의 모가 난 부분을 품어주게 되었다.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내가 주님을 더욱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전에 보지 못하였던 것을 보게 됨을 어렴풋이 느꼈다. 이런 느낌은 소경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일처럼 흥미롭고도 답답한 것이었다. 오늘 묵상할 성경말씀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하나님께서 나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찾는 것은 - 나의 몽상가적 기질을 발휘하면 - 마치 내가 비밀요원이 되어 중요한 암호를 해독하는 듯 하다. 성경이 모두 나를 위한 암호책으로 보이고 나는 그 암호를 풀어야 살 수 있는 운명이다. 왜냐하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저주(?) 때문이다.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쓸 때 나는 하루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곤 한다. 현실이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느껴지고 견딜 수 없이 짜증이 날 때도 많지만 어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상적인 삶의 조각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짜맞추어져 하나의 근사한 모자이크 작품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믿음의 선배들이 이러한 것을 가리켜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놀라운 분이시다.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모습들을 다 포용하시고 그 가운데 역사하시는 분이시다. 내가 나의 인생을 다 이해하거나 책임지지도 못하고 - 솔직히 그럴 필요도 못 느끼지만 - 한 단면만 보듯이 또한 하나님을 바라볼 때도 나의 수준으로 극소의 부분만 보고 있다. 그나마 제대로 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글 :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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