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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6

 

 

 



 

 

■수필

올챙이 시절의...

 

7월의 무더운 어느 날, 중학교 친구 일곱 명이 담양에서 살고 있는 훈이 집에 모였습니다. 시골 공기와 초록의 주위에 흠뻑 취하여 신나게 뛰어 놀고 있던 그때. 친구들 중에서 가장 개구쟁이인 혁이가 친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우리 서리 한번 해보자." "뭐? 서리라구?" "그래 서리! 내가 아까부터 쭉 지켜보니까 주인 아저씨도 없는 것 같더라니까.?"

수박 서리날이 어두워지자 각자 수박 세 통씩의 할당량을 부여받고, 생전 처음 해보는 서리인지라 떨리는 가슴을 서로 위로하며, 봐두었던 수박 비닐하우스로 침투를 시도했다. 다행히 하우스 안에는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잡아당기면 쉽게 떨어질거라고 생각했던 수박 꼬다리가 상상 외로 질겼던 것이다. 익었는지, 큰지, 작은지도 분간 못할 정도로 어둡기도 하고 그 무더위도 싹 잊을 정도로 엄청 떨리는 숨막히는 그 순간에 수박 꼬다리까지 떨어지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인간 최후의 비상무기인 이빨을 사용하여 끊어내야만 했다. 입술이 쓰리고 여기저기 긁힌 자국들이 아렸지만 전혀 아랑곳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맡겨진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채 성공의 영광스러운 상처들로 얼룩진 대원들이 집결한 곳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이었다. 달빛이 유난히도 밝았다. 그래도 맡겨진 의무 갯수는 모두 채운 듯 총 22덩어리의 수박이 중앙에 수북히 쌓였다.

"야,야, 수고들 많았다. 지금은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먹을 수도 없을 것 같으니까, 내일 모두 먹어치우기로 하고 오늘 밤은 피곤하니까 그냥 잤으면 좋겠는데..어때?" 혁이의 제안에 모두들 일제히 하품을 해대며 아무렇게나 픽픽 쓰러져 잠을 청했다. 긴장감에서 갑자기 해방되니까 더욱 피로가 몰려왔던 모양이다.

시간이 흐르고…

'우당탕탕탕 !!'

"이 녀석들! 꼼짝말어!! 이런 곳에 숨어 있으면 내가 모를 줄 알고?"

붙잡힌 아이들은 경찰서에서 짧은 조사를 받은 후에 현장범으로 취급되어 바로 광주교도소로 넘겨지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렇게 된 일이었다. 수박밭 주인 아저씨는 처음부터 전부 보고 있었다. 그리고 뒤를 미행해 애들이 숨어 들어간 곳을 알아두고 아이들이 잠드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그 때서야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를 하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그 빈집을 덮친 것이었다. 그 주인은 전에도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그후 그 친구들의 부모들은 그 수박 비닐하우스 값을 통째로 변상해야만 했다.

주일 근무 중 갑자기 소년부 송치 명령이 났다고 해서 마침 내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신분장을 받아들고 소년수 사동으로 들어가서는 철, 홍, 석, 명 네명을 호명하여 소년부 송치 결정을 알려주자 애들이 모두들 의아해 하면서도 표정이 밝아지며 옷을 빠르게 걸치고는 따라나서는 것이었다. 구속 십일일째. 수박밭 주인의 의도를 알아챈 담당 검사가 하루라도 빨리 소년들로 하여금 교도소를 나오게 하려고 직권으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소년부 송치결정을 내린 것이다. 소년 감별소로 향하는 호송 차량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속에서는 어느새 간절한 기도처럼 복음송 한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는 평화 막힌 담을 모두 허셨네 주는 평화 우리의 평화 염려 다 맡기라 주가 돌보시니 주는 평화 우리의 평화"

'주여, 앞날이 푸르고 푸른 어린 청소년들에게 살맛 나는 세상을, 이 땅의 모든 어른들이 순간의 이익을 포기하고 원래의 인간성, 그 형상회복하여 자식처럼 보듬음으로 마련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 피어나게 도와주소서. 오 - 주여 도와주소서-'

글 : 안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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