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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8

 

 

 

 

 

 

■특별기고


"주의 집에 거하는 자가 복이 있나이다. 저희가 항상 주를  찬송하리이다."(시84:4)

나는 중학교 때부터 교회에 들러 기도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유별나게 신앙이 좋다거나 싹수가 좋은 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교회가 집에 가는 길목에 있어서 등교길이건 방과 후 집에 돌아오는 길이건 교회에 들르는 것이 쉬웠기 때문이다. 마침 그 시절 나는 주일이 기다려지리만큼 중고등부 교회 활동에 푹 빠져 있었고 어린 가슴으로나마 조금씩 예수님을 알아 가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교회에 들려 기도도 하고 찬미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들이 누려 보지 못한 큰 축복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하루라도 교회에 들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10분 정도 하던 기도도 어느새 30∼40분씩 하게 되었다. 밤 9시까지 자율학습, 10시까지 심화학습을 받고 나서 친구들과 어울려 분식점에라도 들어가면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야 교회에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때의 교회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집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어서 나를 반겨주었고, 나는 그 곳에서 하루의 짐을 모두 벗어 놓을 수 있었다. 토요일 밤이면 성가대 연습이다 임원회의다 해서 모였고,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깊어가는 밤이 아쉬웠던 곳. 단어장을 들고 외워도 왠지 머리에 쏙쏙 잘 들어왔던 그 낡은 책상이 지금도 생각나는 아버지의 집…. 그때는 시편 84편의 말씀을 몰랐건만, 나는 새벽 두시가 넘도록 교회에서 단어를 외우곤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회는 밤 11시면 꼭 문을 잠근다. 문을 열어 놓으면 교회 물건도 없어지고 이상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이상한(?) 짓을 하기 때문이란다. 얼마전 양상군자(梁上君子)께서 다녀가신 이후로 문단속에 사찰 집사님과 목사님까지 나섰다.

우리 교회는 내가 고3때 지금의 교회로 이사했다. 당시 자취하던 나는 매일 학교 근처 교회에 가서 전처럼 기도하고 찬미했었다. 간혹 내가 자란 교회가 그리워 어려운 걸음을 하면, 언제나 내가 사랑하던 아버지의 집은 슬프게도 굳게 닫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문전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돌아서곤 했다. 지금도 늦은 귀가길에 교회에 들러 보건만 ― 이사한 지금의 교회는 집과 반대 방향이어서 걸음을 옮겨 놓기가 쉽지 않다 ― 여지없이 문전 박대를 당하고 만다.

물론 우리 교회만의 현상이 아니리라 생각된다. 거의 모든 도시 교회의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닫힌 교회, 불이 꺼진 어두운 교회가 싫다. 비싼 돈 들여 지은 교회를 관리해야 하시는 분들의 무거운 책임은 충분히 이해한다. 도둑이 들거나 누군가 들어와 나쁜 짓을 한다면 당연히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비싼 교회 비품이 없어지거나 불이라도 난다면 큰일이니까.

이번 주부터는 교회 주차장도 '이용 불가' 선언을 받았다. 주일만 교회 차량을 위해 주차를 제한하던 것을 아예 '주차 금지'로 바꾸어 버렸다. 새벽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들의 차를 주차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이제 어디 가서 교회 다닌다고 말도 못 꺼내게 생겼다. 넓은 땅만 잔뜩 차지하고서는 주차도 못하게 하지, 새벽마다 큰 소리로 노래해서 잠 못 자게 하지, 수도·전기요금 많이 나온다고 지나가는 사람들 화장실도 못쓰게 하지, 이러다 교회가 언젠가 '혐오시설'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정 그렇게 기도하고 싶으면 좀 빨리 와서 기도하고 가거나 아예 지하 기도실에서 철야하며 기도하면 될 것 아니야. 늦은 밤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하긴 새벽 5시면 열릴텐데, 뭐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되지 않겠어? 시내 어떤 교회는 밤 8시만 되면 아예 셔터를 내려 버린다는데 거기 비하면야 우리 교회는 양반이지, 안 그래?"

"휴∼" 문단속이 당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므로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나 같은 평신도가 내뱉어 보는 한마디 푸념이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교회는 이제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땅만 차지하고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는(?) 닫힌 교회가 지금 한국 교회의 모습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아버지의 집은 만인의 기도하는 집'이라 했는데 만인은 커녕 일반인(성분불량자)은 출입금지다. 게다가 밤 11시 이전에 올 수 있는 사람만 기도할 수 있는 집이라고 제한해 버리면 "누구든 내 집에 와서 기도하게 하라."고 명령하신 하나님께서 얼마나 무안해 하실까? 밤마다 생쥐 한 마리도 접근 못하게 꽉 막아버린 금고 같은 교회 속에서 하나님은 얼마나 답답하실까?

모험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 도둑맞을 것이 뻔하다 하더라도, 불이 날 위험이 있다손 치더라도, 하나님 아버지께 그분의 집, 만인의 기도하는 집, 외롭고 상처입은 상한 영혼들의 안식처인 교회를 진정으로 맡기고 문을 열어 보는 거다. 왜 아브라함의 하나님, 모세의 하나님, 다니엘의 그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교회를 책임지시리라 확신하지 못하는 건가? '자기 이름을 위하여 우리를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서 과연 교회를 도선생과 방화범의 소굴로 만드실까?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설사 불타 없어져도 하나님 앞에 얼마나 떳떳하겠는가?

오늘도 아버지 집에서의 평안을 맛보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서글픈 마음에 어디다 하소연할 곳 없어 몇 자 적어 보았다.

글 : 강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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