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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8

 

 

 

 

 

 

■영화읽기 - 타임 투 킬

더불어 사는 진실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의 스릴러 작가 '존 그리셤' 특유의 사건 감각이 잘 발휘된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는 법정 스릴러. 산드라 블록이 잠깐 등장하여 별 역할을 못한 것만 빼면 배역도 잘 어울리고 대사도 훌륭하다. 그러나 인종 차별 문제와 그에 얽힌 살인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어 그만큼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 술과 마약에 취한 두 건달들에게 작은 흑인 소녀가 무참하게 강간당한다. 소식을 전해들은 소녀의 아버지 '칼'의 분노, 그의 분노는 언뜻 점차 평범한 슬픔으로 삭여지는 듯 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곧바로 체포되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어느 곳보다 심한 미시시피에서 이들에게 중형이 가해질 것은 만무하다. 누구보다도 그것은 칼이 잘 알고 있었다.

형식적인 재판을 위해 태평스레 법정의 계단을 오르던 범인들에게 칼이 기관총을 난사한 것은 순간적인 일이었다. 어차피 흑백의 싸움이 될 것을 알고 있는 칼은 평소 안면있던 백인 신참 변호사 '제이크'를 비밀 무기로 택한다.

"곤경에 처했을 때 날 돕겠다 했소, 어쩔테요?"

갈등하던 제이크는 강간당한 소녀와 동갑인 딸 '하나'의 잠든 모습을 보고 칼을 이해하게 되며 결국 이 사건을 맡기로 결심한다. 그는 "대리인이시죠?" 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당히 대답한다. "Yes, I a-m!"

 

잘해야 본전, 잘못되면 파멸

백인 우월 사상에 뿌리 박힌 KKK단의 계속되는 협박 전화와 방화, 그리고 잇따른 테러….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이 계속되고 급기야 재판 진행 중에 법정 앞에서 벌어진 흑백간의 충돌로 처참한 유혈 사태까지 벌어진다.

유죄 판결을 내리기로 한 배심원들과 편파적인 판사 등, 공평한 재판까지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제이크를 도와준 것은 미모의 법대생 엘렌. 제이크와 엘렌의 활약은 불 보듯 뻔한 재판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만들어 간다. 이에 대응하여 KKK의 경고는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 가고….

무장한 군의 경계 하에 흑인들과 KKK가 법원 앞에서 대치한 가운데 감동적인 제이크의 최종 변론이 시작된다.

 

자신만의 정의

영화 중 KKK 단원이 비장하게 부르짖는 그 나름의 '정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표현된다. "God's Justice"

무엇이 하나님의 정의란 말인가? 서로 다른 편에 서서 자신의 의를 하나님의 정의라고 우기는 지금, 우리에게 진정한 정의는 순수하게 남아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추구해 온 정의는 재점검 받아야 하는지.

변호사 제이크. 그가 추구한 정의는 또 무엇이었을까.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재판에 뛰어들어 온갖 어려움을 자초한 것은 '세상을 구제할 기회'를 얻기 위한 변호사로서의 그의 노력인가? 아니면 자기 만족인가? 제이크의 부인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그에 대해 잠시나마 혼란스러웠다. 그 역시 자기 자신만의 정의를 부르짖은 것은 아닌가?

 

말로 행하는 진실, 더불어 살 진실

종반에 가서야 영화는 관객에게 그것을 이야기한다. 흑인 칼은 유치장 안에서 백인 친구 제이크에게 항의하듯 묻는다. 네가 나를 변호하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냐고, 진정 동일한 인간의 선상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이냐고. 배심원들의 마음을 돌이킨 영화의 최종 변론 장면에서 제이크는 비로소 대답한다. 칼이 아닌 배심원들에게.

사실 그 최종 변론이란 게 다소 실망스런 것이었다. <어퓨 굿맨>에서 나오는 극적인 뒤집기도, <프라이멀 피어>에 나오는 재치와 기교도 없다. 눈감고 생각해 보라? 어떻게 생각하면 지극히 유아틱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제이크는 배심원들을 눈물짓게 하며 자신도 울먹인다. 제이크는 강퍅한 배심원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보게 한다. 제이크가 노린 것은 그 점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벗어난 그 어떤 시각, 인간의 눈을 감은 후에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말이다.

글 : 황희상(pulitzer9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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