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21 Logo

 Voice21 No.18

 

 

 

 

 

 

■수필

세뇌당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정말로 추석이나 설날과는 또 다른 맛의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그 이국적 정취 때문에 한국의 큰 대명절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 속의 풍경들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게다가 산타와 그 일당 루돌프가 푸짐해 보이는 선물보따리를 들고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번에는 나한테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하는 기대에 괜히 마음을 더 설레게 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카드 속 풍경은 눈이 내리는 깜깜한 밤에 아치형의 어여쁜 창문이 있고 그 안에 소박한 모습으로 촛불 한 개가 켜져있는 장면, 바로 그 장면을 나는 가장 좋아했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그 집안에서는 정말로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거라 나는 생각했다. 그 때 하늘에서 내리는 알이 굵은 눈송이는 그들의 행복을 암시하는 것으로 전체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상징으로 내 눈에는 비쳤다.

그렇다. 나는 이 때부터 세뇌 당하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분명 앙꼬없는 찐빵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정말 화이트 크리스마스엔 특별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 마냥 너무들 좋아한다. 좋은 일은 2000년 전에 진작 일어났는데 무슨 더 좋은 일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두들 알다시피 이스라엘 지방은 결코 눈이 오지 않는 곳이다. 예수님이 태어나던 그 날. 하늘의 많은 별들 중 어느 뭇별이 유난히 반짝거려 동방의 박사들이 그것에 이끌려 베들레헴까지 온 것을 보면 분명 그 날은 맑은 날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럼 왜 우리 예수님은 겨울아이가 되었을까?

물론 기독교의 종주국인 유럽과 미국이 우리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엔 항상 눈이 오기 때문에 그게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내면엔 크리스마스가 하늘에서 예수님이 오셨다는 사실이 흐릿하기만 하다. 그보다는 하늘에서 눈과 함께 산타와 그 일당이 온다는 것을 더욱 부각시켜 비크리스천에게까지 동조를 구하고자하는 상업주의의 기발한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눈의 역할은 아마 하늘의 축복(?)쯤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거리의 화려한 장식들과 흥겨운 캐롤송 또한 산타가 펼치는 뇌물공세. 그것만으로도 그 날은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게끔 스스로 조작된다. 그리고는 마치 제 꾀에 제가 넘어가듯 크리스마스의 본질을 흐려놓고 구원의 기회를 한 번 더 놓치게 만드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엔 좋은 느낌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 느낌들이 알맹이가 빠진 공허한 것이라면 아깝지만 지워버려야 한다. 우리가 올바른 모습으로 주님을 바라볼 때 주님도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글 : 김은미

 

 


Copyright(c) 1998, Voice21. But All right not reserved.
The grace of the Lord Jesus be with God's people. Amen (REVELATION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