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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8

 

 

 

 

 

 

■서로돌아보아

지역사회, 지역교회가 미래다

광주성지교회 박은식 목사


동네 슈퍼 앞에서 몇몇 아주머니들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애들은 잘 지내고 있나요?" 교인들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목사님은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아주 친근하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한동네 이웃처럼. 취재 일행은 목사님과 함께 자판기 커피와 과자를 사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인터뷰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 "네..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가겠습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남자 분이셨단다. 문지방을 넘지 못해 일주일에 몇번씩 목사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캠퍼스에서

목사님은 작년 3월초부터 캠퍼스 사역을 해오고 있다. 캠퍼스 식구들을 말씀 안에서 세우기 위해 모임이 결성된 것이다. 처음엔 4∼5개 교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7∼8개 교회로 늘어났다. "지금 이세대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 식구들이 말씀 위에 서게하기 위해서는 집 안에만 있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지교회 연합을 통해 서로를 확인하고 타지체를 발견하는 기회들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틀에 매인 것은 싫어하게 마련입니다. 자연스러운 '만남'들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러나 목사님은 치우칠 수도 있는 것을 염려한다. "사람에겐 자기 집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성도에겐 자기가 섬기는 교회가 있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집에 머무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잘쉬고 잘먹고 잘 일하기 위해서입니다. 에베소서에서 교회를 하나님 나라의 작은 집이라고 했습니다. 요즘엔 영적인 행려자들이 참 많습니다."

 

여기는 사랑마을

박은식 목사님은 문서사역에 관심이 많으시다. 그는 이지역 젊은 '식구'들을 대변할 수 있는 소식지가 없음을 못내 아쉬워 한다. 굵직한 청년 대학부의 간행물들을 살펴보아도 거의 주보 수준에서 끝나버리고 만다. "문서는 보여지는 것이며 대중적인 전달력이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가장 보편적이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매체 역시 문서입니다." 목사님은 문서사역에 대해 간단히 정의를 마치신 후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서도 이번에 작은 신문 하나 만들었습니다."하시며 소탈하게 웃으셨다. 곧 캐비넷을 뒤져 신문 몇 부를 건네주셨다.「여기는 사랑마을」. 이름이 참 따뜻하다. 내용도 일반 교회 간행물치고는 아기자기하다. 동네 동장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재미있는 생활 영어와 영화, 책 소개, 동화, 교회 소식 등등이 알차게 담겨있어 도무지 지루하지가 않다. 금년 안에 기자단을 7∼8명 정도 확보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기자단을 '우리동네 소식대'로 지칭한다. "대학부와 주일 학교 사람들을 모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가정 집사님들도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글을 쓰지 않더라도 이야기만 수집해 오면 됩니다. 이사간 이야기, 이사를 돕는다거나 동네의 불편한 이야기, 심지어 강아지 아픈 이야기, 등을 가져와도 좋습니다." 이 신문은 통신(하이텔) 상에도 올리워진다. 타교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 신문을 통해 성지교회는 그 지역의 대표격인 사람과 주민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고리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한 예로 목사님은 동네의 동장님께 「여기는 사랑마을」1면 부분의 글을 청탁했다. 무신론자라 자처하는 동장님께 는 동을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그런 내용을 싣고 싶다고만 말했다. 다음 호에 싣을 글은 구청장님의 것이다. 교회는 지역 대표자들과 지역민들 쌍방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교회가 그 지역에 깔아줄 수 있는 '멍석'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역사회교회는 시대적 요청

앞으로의 목회는 지역사회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자제라는 제도를 가져다 주신 것은 교회에 하나의 기회를 주신 것과 같습니다. 교회는 성경적 모델처럼 지역사회교회로 그 역할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한 사명을 감당하지 못할 때 교회는 버림받고 맙니다. 사실 그전까지 교회가 한 지역을 커버하기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이제 지자제라는 제도를 통해 교회가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의 바운더리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지역사회 속에서 교회가 미치는 영향력은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목사님은 교회 연합의 경우도 지자제 단위 안에 있는 지교회 연합을 생각하고 있다. 조직이 너무 크면 조직을 운영하기에 바빠지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자칫하면 모임과 연합에만 치우칠 수도 있음을 경계한다. 「'모임'은 항상 '흩어짐'을 전제로 합니다. 잘 흩어지기 위해 모인다는 것입니다. 흩어짐이 없는 모임은 고인 물이 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훈련시켜 내보내시지 않았습니까? 사실 우리는 모이는 그 자체에 필사적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목사님은 지방 자치 시대 속에서 흩어져 있는 지교회들이 각각의 특성을 잘 발휘하여 사역을 감당하면 한국교회의 감소 둔화 현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역사회교회는 한국교회의 감소둔화 현상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의 둔화 현상은 장년부의 감소 때문이 아닙니다. 장년부는 자연감소하거나 주거 이동에 따른 수평이동적 감소일 뿐입니다. 실제적인 감소는 청년과 주일학교에 있습니다. 그 때 그시절에 품었던 생각과 비전들을 교회가 잘 품어 줘야합니다. 시대의 소망은 언제나 청년에게 있습니다. 시대적 요청 속에서 이에 대한 각별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80년대 이지역 청년들을 잘 품었던 천주교가 현재 성장을 이룬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창조세계를 탐험하는 '역사탐험대'

성지교회의 중고등부는 방학기간동안 '역사탐험대'를 조직한다. 역사탐험대는 가까운 이 고장과 호남 지방을 여행하며 산교육을 받고 돌아온다. 교회의 기독교교육이 공과성경교육에만 국한된 요즘의 현실에서 성지교회의 '역사탐험대'는 타교회들에게 또하나의 동기가 된다. 하나님의 창조세계 전체가 기독교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실현해보이는 셈이다.

목사님께서 갑자기 비슷한 질문 여러 개를 던지신다. "여러분은 왜 공부해요?", "공부가 뭐예요? 아니 공부하는 이유가 뭐예요? 학문이 뭐예요?"하고 말이다. 대답이 시원찮은지 그가 먼저 답을 말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공부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는 작업입니다. 모든 학문의 영역들을 통해서 그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창조의 비밀이 있습니다. 학문의 원리들은 이미 성경 안에 있습니다. 그 원리들을 파헤치고 체계화시키는 것이 바로 학문입니다." 그리고는 멘델의 유전 법칙이 이미 야곱의 때에, 욥기에서는 천문학과 생물학이 언급됨을 짚어주셨다. "예수믿는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70, 80년 밖에 안되는 우리의 인생 중에서 학문을 탐구할 시간은 별로 많지 않잖습니까? 젊은 기간에 하나님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 즐거움을 맛보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인생은 그 터득한 원리를 가지고 누리면서 살라는 것입니다. 공부 그 자체가 학생 시절에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에 관하여서 교회는 어릴 적부터 성경적 세계관을 심어주고 길러야한다고 강조한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사회사업이 아닙니다. 바로 이렇게 영혼들을 구원하는 일입니다."

 

박은식 목사님과의 대화를 하다보면 그가 자주 사용하는 낱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식구'란 단어다. 사람들과 호흡하는 지역사회교회를 꾸려나가는 박은식 목사. 지역민들과 청년들은 이제 그에겐 정겨운 식구이자 공동체일 뿐이다.

취재 : The Voice 기자단, 글 : 정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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