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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

 

 

 

 

 

 

  

■커버스토리

보라, 김영삼 장로님 마침내 천주교와 불교를 단칼에 세계화


요즘 정권의 움직임이 너무 격렬하다. 군사 정권도 침입하지 못했던 '성소'를 아예 짓밟아 버렸다. 사람들은 욕도 하지 않는다. '문민정권'의 움직임이 상식 이하다. 문민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괜한 말을 했다가는 '유신정권' 때 못지 않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 기독인들은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장로님께서 성당을 짓밟으셨다는 소식에 자꾸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선거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리둥절하다. 여당을 찍자니 아무래도 자격미달인 것 같고, 야당을 찍자니 빨갱이라는 소문이 들리고, 무소속을 찍자니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눈감고 찍었다.

 

현충일 오전 8시

20여 일을 끌어오던 한국 통신 노동쟁의 사태는 당국의 경찰력 투입으로 일단락 되었다. 경찰은 지난 6월 6일 오전 8시께 3개 중대 3백 60여명을 명동성당 입구와 주변에 배치한 뒤 서울경찰청 수사과 소속 형사 16명을 명동성당에 투입해 3분 여 만에 노조간부 6명을 전격 연행했다. 경찰은 같은 시각 서울 경찰청 형사 기동대 소속 사복 경찰 20명과 종로 경찰서 형사과 직원 10여명을 조계사 정문과 농성장 옆 덕왕전 샛길을 통해 경내로 진입시켜 노조 간부들을 서울 종로 경찰서로 연행했다.

 

"내 발로 걸어가겠다"

대부분의 노조 간부들은 경찰의 갑작스런 작전에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발로 걸어 나가겠다"며 비교적 침착하게 경찰의 연행에 응했다. 서울 종로 경찰서로 연행된 양한웅 지도위원 등 조계사 농성 간부 7명은 오전 8시 15분께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던 장현일 쟁의실장 등 동료 6명이 종로소에 도착하자, '한통노조 만세', '5만 노조원 총 단결해 민주 노조 민족 통신 사수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오늘로서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다" 라면서 조합원들의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여론에 힘입었다.

안병욱 서울경찰청장은 오전 9시 30분께 기자회견을 갖고 "법질서의 확립을 책무로 하고 있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법 집행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아 노조 간부들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 청장은 경찰력 투입 결정자, 경찰력을 투입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추후에 설명하겠다"며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공권력의 투입 시기는 경찰이 경정했다"고 밝혔다.

 

경찰들도 설마

이날 명동성당을 철통 같이 에워싼 채 상황전개에 귀를 기울이던 관할 중부경찰서에 경찰력 투입 지시가 내려온 것은 이날 오전 7시께로, 중부경찰서 한 간부는 "상부로부터 강제 연행 지시를 받은 뒤에도 대다수의 동료들은 '설마'하는 표정이 역력했다"며 자신도 "완벽한 연행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던 1시간 동안 내내 성당 진입지시를 반신반의했다"고 털어놓았다. 16일째 명동성당 주변에서 철야로 근무를 하는 동안 경찰의 성당진입 가능성에 대해 "그런 험한 일이야 일어나겠느냐"며 나름대로 사태의 추이를 점 쳤던 상당수 경찰간부들도 이번 경찰력 투입이 강행되자 앞으로의 파장을 우려하며 곳곳에서 삼삼오오 엣말을 나눴다.

 

잠자는 종교계의 코털을 뽑았다.

종교계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주여, 어찌하여 원수들이 당신의 백성을 짓밟게 하시나이까." 명동성당에는 상당히 분개한 듯한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보라, 김영삼 장로님, 마침내 천주교와 불교를 세계화시키다.", "성전과 양심을 강간한 김영삼 민간독재 정권을 심판하자." 이 모든 말들이 사제들의 분개함의 표현이다. 조계사도 만만치 않다. "교권침탈 자행하는 YS를 규탄한다.", "2천만 불자여, 짓밟힌 교권을 되찾자." 운동권 학생들이 주로 쓰는 과격한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두 종교 본산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을 불사하겠다며 보수적 종파까지 참여한 가운데 활발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천주교불교기독교원불교 등 4대 종교가 참여한 종교인 협의회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4개 종단의 성직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거리시위까지 한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시작된 대통령의 탄핵소추도 착착 진행 중이다. '부당한 공권력 반대와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각계 대표인사 1천 5백 여명의 서명을 받아 '김영삼 대통령 탄핵소추 국회청원'을 할 계획이다. 명실상부한 각계인사들이 서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의외로 뻔뻔하다. 법 앞에서는 어떠한 권위도 없다 라며 정부는 오히려 종교계에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며 오히려 협박성 담화까지 발표한 상태이다. 이번 정부의 성소침탈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파장은 그 끝을 보여 주지 않을 것 같다.


글 : 부질없는 소리 편집부
참고 : 각종 언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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