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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단기선교를 생각한다 


김철며칠 전, 한 자매로부터 아름다운 미소(?)와 더불어 깨알같이 내 이름이 적힌 하얀 편지 봉투를 받은 적이 있다. 잠시 잠깐 기쁜 마음을 가지고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접혀진 편지 봉투를 열었다. 색이 고운 종이에 예쁜 글씨로 "○○○의 기도편지·그 두 번째"라고 쓰여 있었다.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자매의 기도편지다. 그러면 그렇지. 내심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중보 기도자로 날 택한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매월 현지 및 예비 사역자들로부터 기도편지를 받으며 미안한 마음, 빚진 자의 심정을 되새기곤 하지만, 여름이 가까워지는 이맘 때는 특히 더하다.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지체들로부터 내 손에 전해져오는 그 기도문들이 조금은 부담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힘들게 다녀온 단기선교의 기억이 있기 때문일까?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1993년 여름. 그 땐 몰랐지만 난 최악의 상황에서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군미필에다 휴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학교 총장 추천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속해있는 음악 선교단 활동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들어 단기선교비 마련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확신을 주신 하나님께서는 손수 음악 선교단의 사역과 겹치지 않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하여 빠른 기간에 단기선교비를 마련케 하시고, 다른 지체들을 통하여 병무청에 제출할 서류를 하나씩 마련케 하셨다. 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총장 추천서마저도 새로 부임한 교수님의 배려로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그 때 나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확신하지 못하고 연약한 모습과 기다림의 지루함과 불안함을 보이며 지체들에게 투정을 했었다. 그런 실수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그 분의 약속을 신실하게 이행하셨다. 그러기에 자신있게 "하나님께서 이루셨다"는 고백을 할 수 있다.

여전히 금전적 문제로 힘들어 하는 지체의 모습을 본다. 올해는 특히 중도금 납부자의 수가 어느 해 보다 적다는 소리에 가슴 한쪽 구석에 맺히는 감정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만 같다. 그렇다고 빈 주머니를 털어보아야 먼지만 나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어려움을 주시는 하나님께 더욱 감사한 것은 그 어려움 속에서 준비하는 이들의 신앙이 더욱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혜의 기준이야 다 다르겠지만 어려움 속에서 채워가시는 하나님을 발견한 나로서는 아픔을 통해 더욱 간절히 기도할 지체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부러움을 느낀다. 그 분이 이루어 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단기선교 같은 사역을 보면서 '대체 이 짧은 기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까'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그렇다. 어쩌면 기대에 못 미치는 사역 성과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길어야 한 달 조금 넘는 시간에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교만일 것이다.

단기선교 사역은 현지 사역자들에게 대한 도전과 원조가 주목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단기선교를 통해 자신의 신앙이 성장하고 선교에 대한 올바른 개념 정립을 했다면 그것으로 다행이다. 거의 한 학기(석달)에서 반년 가량을 준비한 이들에게 선교 지역은 이미 남의 나라, 남의 땅일 수 없다. 그저 앉아서 선교가 얼마나 중한지 수백 번 듣는다 한들 직접 준비하면서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일 수 없다. 실제로 단기선교 후 해외 선교사로 성장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 단기선교팀들은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교회를 빌려 합숙 훈련을 하기도 하고, 날마다 모여 함께 기도하며 지체애를 돈독히 하고 있는 모습이 부럽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버벅거리며 '바벨탑 사건'을 원망도 하지만 땀의 수고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사람이다보니 모두가 힘들고 지쳐 자칫 서로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겸손과 섬김의 본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에 나의 마음까지 풍성해짐을 느낀다.

올 여름도 이들이 어김없이 이 땅 푸른 하늘을 가를 것이다. 그리고 현지에는 영적 지진이 일어날 것이다. 한 영혼, 한 영혼에게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할 것이다. 몇 달 후면 검붉게 그을은 그들의 얼굴에서 승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책상 서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기도 편지들을 펼쳐본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들에게 평생토록 삶의 근원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 제목을 읽어 내려 간다.

김철 / 조선대 CCC, 본지 O-TV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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