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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7

 

 

 



 

 

■커버취재

지금은 흩어질 때가 아니다

극단으로 치달았던 대안교회의 실패담을 듣는다


교회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가진 젊은 목회자와 혈기 왕성한 스무 명 남짓 되는 청년들이 교회로 모였다. 수적성장과 율법주의로 인해 변질되어 버린 한국교회, 거기에 익숙해져 버린 교인들의 잘못된 신앙을 비판 하면서, 그리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다운 교회를 세워 보겠다고.

아는 만큼 사랑한다고 했던가. 이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해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을 필요로 했다. 토요 성경공부를 비롯해서 일대일 성경공부, 주일오후 성경공부 등 그들은 많은 성경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들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 곳 저 곳에 적으나마 지속적인 도움도 주기 시작했다. 집과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역도 시작했다. 젊은 혈기로,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열심으로 이들은 금새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배 후 밥상 공동체로 모이는 것도 더 없는 즐거움이었고, 때로 하나님 주신 자연을 만끽하며 교제를 나누는 것도 기존교회에서는 꿈도 꾸어 보지 못한 일들이었다. 새벽 기도부터 주일학교, 성가대, 저녁예배까지 매일 지친 몸을 이끌고 월요일에 있을 일들을 걱정해야 했던 때에 비하면 이것이 진정한 신앙생활인 것만 같았다. 젊은이들만 모여 있다는 사실도 가슴 벅찬 기쁨을 주었다. 젊다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더 없는 은혜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새 신자는 늘지 않았고, 왔던 사람도 되돌아가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유함이라고 생각했던 처음의 기쁨은 게으름과 함께 짜증으로 변해 갔고, 이들은 점점 미지근한 신앙인이 되어 갔다. 젊다는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었다. 사소한 감정 싸움에 많은 시간과 기력을 낭비해야 했고 문제가 생겨도 누구 하나 어른이 되어 수습해 주지 못했다. 풀지 못한 감정은 계속해서 쌓여만 갔다. 성도들을 사랑의 띠로 더 굳게 묶어 주던 재정적인 어려움은 이제 무능력으로 생각되기 시작했다. 공동체 훈련을 하고 운영이나 조직, 제도적인 부분을 다시 정비해 보았지만 여전했다. 프로그램이나 제도들을 싫어하게 되어 버린 그들은 종교적인 열심마저 퇴색해 버렸다. 그리고 겨우 일 년이 지나 그들은 각각의 상처를 안고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대안이 되지 못하는 대안교회

기존교회의 괴물 같은 물량주의, 성장제일주의에 염증을 느낀 일부 목회자들은 그런 교회의 모습에 반기를 들고 나온다. 기존교회가 율법주의에 빠져있는 모습에 대한 반발로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제는 우리가 율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율법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주어지는 자유는 자칫 방종으로 흐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또 조직과 제도를 중시하는 기존교회에 대한 반발로 그들은 무제도, 무형식을 강조한다. 프로그램들을 거의 마련하지 않고 내용만을 중시한 것이다. 형식주의에 반하는 무형식은 내용을 담을 최소한의 그릇마저 마련하지 못해 귀한 내용을 흘려 버리고 마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결국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이런 대안교회는 기존교회와는 또 다른 극단을 달리게 된다. 거기에서 파생하는 한계점들 때문에 대안교회는 진정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만다.

 

토양이 중요하다

나름대로 대안을 들고 나온 개척 교회들의 '실패'에 대해 김남규 목사(49, 두레교회 담임)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식물을 키우는 데 갑자기 다른 화분에 옮겨 심으면 토양이나 기후가 안 맞아 죽어 버린다.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내용과 취지는 모두 좋았다. 그러나 방법론이 지혜롭지 못했고 급진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신학의 결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토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데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잘못된 형태의 신앙 가치관이 수십년 동안 강하게 주입되어 온 교인들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교인들에게 옳은 내용이라 해서 그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강렬하고 급작스럽게 주입하고 바꾸려 한다면 거부감만 일게 마련이다. 토양의 성질을 점차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대안교회를 개척했다가 실패한 김용삼 전도사(32)는 말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이번 기회에 얻은 것이 많으니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위로한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닫는 기존교회와는 또 달리 극단적이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한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 교회가 흩어진 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내 품에 있던 하나님의 사람들을 이제야 비로소 하나님 품으로 돌려 드린 것 같다."

서서히 근본을 변화시켜 나가지 못한 성급함,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를 편 치우침, 이것이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보려는 대안교회들의 가장 큰 한계점이었다. 이같은 대안교회의 움직임들에 대해 그는 말한다.

"지금은 흩어질 때가 아니라고 본다. 모일 때다. 끊임없이 훈련 받고 공부 한 후에 대안교회가 있을 수 있다. '우리 교회의 부족함이 무엇인가'를 끌어 안고 기도해야 한다. 지금의 고민들이 나이가 들고 성숙한 신앙인이 되었을 때까지 유지되고 있다면 그 때가 바로 흩어질 때라고 본다. 교회는 생명체이다.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내적인 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김후지 기자(huj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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