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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7

 

 

 

 

 

박형주 수습기자의 소록도 기행 - 사슴을 닮은 섬, 그리고 사슴처럼 맑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

지난 제헌절, 광양 옥곡교회 청년들은 소록도 병원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나 역시 그 일행이었고, 모처럼 떠나는 해외 여행(?)에 한껏 들떠 있었다.

고흥군 녹동읍 앞바다에 위치한 소록도. 소록도는 섬의 모양이 '사슴이 누워 있는 형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배를 타고 소록도에 들어 갈 때, 왠지 모를 두려움이 앞섰다. '무서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한 느낌.

소록도에 들어서자 '한센병은 치료 될 수 있다'고 쓴 커다란 사각 기둥의 비석이 한눈에 들어 왔다. 나병은 '한센씨병'이라고도 하는데 노르웨이의 의학자인 한센(G.A. Hansen)이 1873년에 이 병의 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록도 병원은 1910년 외국 선교사들이 소록도에서 운영하던 '시립나요양원'에 나병환자들을 수용하면서 시작되었다. 1916년 '소록도자혜병원'으로 정식으로 개원하였으며, 1960년부터 수용위주에서 치료위주로 관리 정책을 전환하였다. '소록도갱생원', '국립나병원'등 여러 이름을 거쳐 지금의 '국립소록도병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칭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소록도 병원의 지금이 있기까지는 엄청난 고난이 있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막노동에 동원되기도 했고 생체실험에도 이용되었다고 그곳에서 만난 박흔준(55세, 1966년 입원하여 현재 완치)씨는 증언하였다. 당시의 참혹하였던 실상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감금실과 검시실이 증언하는 듯 하다. 보기만 하여도 간담이 서늘한 감금실은 당시 병원을 탈출하려 하거나 직원에게 반항하는 사람들을 가두어 놓았던 곳으로 형무소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다. 건물은 철창이 설치된 15칸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실의 마루바닥 밑에는 변기가 설치되어 있다. 중앙에 있는 우물에서 가끔 목을 축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 만큼 컸으리라.

"대부분 이 곳에 들어오면 죽어 나갔다. 살더라도 바로 옆 검시실로 옮겨져 생체실험에 이용되거나 정관절제 수술을 받아야 했으니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박씨는 이러한 과거 선배에 비하면 자신들은 훨씬 편한 편이라고 말하였다. 광복 후에도 이 감금실은 격리실, 보호실로 불리며 부자유한 가정의 집으로 사용하다가 1965년 조창운 원장이 오면서 폐쇄하였다. 현재 소록도병원은 보건 복지부에서 국비지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록도에는 10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고령(평균나이 75세)이라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환자 대부분은 완치된 상태이며 국내에는 나병이 없어진 것으로 국제적인 공인이 되었다.

소록도에는 중앙공원이라는 깨끗한 공원이 있다. 이 곳은 소록도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나병환자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만든 공원이다. 이 곳에는 큼지막한 돌들이 여러 군데 있는데 이를 가리켜 '죽어도 놓고'라고 한다. 당시의 환자들의 노동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였는가 짐작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잘 정돈된 공원의 모습은 일본인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소록도에는 교회가 많다. 천주교까지 포함해서 여덟 개의 교회가 있다. 1960년에 당시 김주영 목사가 여섯 개의 교회를 일곱 달만에 지었다고 한다. 소록도 사람들은 거의 다 교회에 다닌다고 한다. 매일 정오가 되면 '소록도중앙교회'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성도들과 주민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소록도 주민들은 예배당 뒤에 앉아 앞에 앉은 방문객들을 위해 기도한다. 또 육지의 타락한 모습을 위해서도 날마다 기도 한다고 한다. 이 교회의 하모니카 연주단의 찬송가 연주는 참으로 인상깊다. 모두 나병을 앓던 사람들로, 그들이 찬송가 다섯 곡을 연이어 연주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였다. 한 할아버지는 장님에 코도 문들어 진데다 양손이 다 없는 분이었는데 그나마 입을 이용하여 하모니카를 옮기고 연주하는 모습이 경외감마저 느끼게 하였다. 그들의 연주는 어느 성가대보다 우렁차고 힘이 있어 보였다.

우리를 인도한 박 씨에게 일반인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무얼 바랄 게 있겠느냐'며 겸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가끔 이 곳에 와서 웃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침까지 뱉는 사람들도 있어 눈살을 찌푸린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소록도를 방문하려면 광주에서 고흥이나 녹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녹동항까지 간 후 배를 타고 5분 가량 들어가면 된다. 특별한 절차 없이 공원에 들어 갈 수 있고 섬 내에서는 정숙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록도 사람들은 소록도를 '천국'이라고 하였다. 도둑도 없고 싸움도 없는 평화로운 섬, 소록도. 그들의 육체는 썩어 없어졌어도 정신만은 어느 누구보다 깨끗하였다. 육체는 정상이지만 정신적으로 타락한 사회인들이 이들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겠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박형주 수습기자(neo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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