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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31

 

 

 



 

 

■팡세

아∼, 하기 싫다!

박형주 / 광양옥곡교회 "아, 이젠 더 이상 이런 거 하기 싫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돼! 이 일은 정말 내 적성에도 안 맞는 것 같고.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IMF시대에 이게 무슨 소리냐고? 안 자르고 봉급이라도 주는 것이 어딘데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세상이 정말 허리띠만 조르는 것이 아니라 '모가지까지' 조르는 이런 때에,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런 말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고, 밥 먹기도 싫고, 학교 가기도 싫고, 수업 받기도 싫고, 싫은 사람 봐도 싫고…. 아무리 좋은 노래도 자주 들으면 싫어지고 재미있는 농담도 세 번 이상 들으면 지겹다. "싫은 걸 어쩌란 말이냐"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한 번쯤 뒤돌아 볼 일이다.

모세가 이집트인의 노예로 있던 유대인들에게 홍해의 기적을 보여주면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켰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들은 불평을 터뜨린다.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면 돌아갔지, 도저히 이 광야 생활을 못하겠노라고 투정한다. 모세도 짜증을 낸다. 내가 언제까지 너희 주린 배를 채워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들은 지난 날의 억압과 핍박을 잊은 지 오래고, 자신들을 구원한 하나님을 오히려 원망한다.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

왜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정 부리고 짜증을 내는 것일까? 흔히 사람들은 반복된 일상에 염증을 느끼면 '지겹다'고 말한다. 문제는 '반복'에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똑같은 것을 계속 하는 것을 싫어한다. 항상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길 원한다. 창조의 본능. 이것이 사람들의 입에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반복된 일은 로봇에게나 어울리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나 보다.

그러나 우리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한다. 신세대의 사고 방식이 자기 기분대로 하는 것이며, 시대적 패러다임인 포스트모더니즘도 그러한 것을 원하고, 또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세상이지만, 우리는 그러한 일들을 해야만 한다. 왜 그런가? 일차적으로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 겠다. 너도나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싫은 일을 안 한다면 사회는 필연적으로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사회 체계가 무너지고, 도덕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규범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사회의 기득권층은 사회적 모범 기준을 다시 만들어내어 이탈하려드는 구성원의 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점점 다양화, 다핵화 되어가면서 기존 사회의 해체를 예고하고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말 속엔 책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 충성스런 사람이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사회의 존립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옹립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 맘대로 하는데 누가 뭐래느냐'식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경제가 어려운 지금도 압구정동을 흥청대게 한다. 개인주의 의식은 신세대들에게 생각보다 뿌리깊게, 그리고 철저하게 박혀 있다. 대학 동아리는 그 가치를 잃고 있으며, 학생들은 신입생 때부터 도서관에 자리를 잡는다. '문제아'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변하였다. '문제아'는 인간도 아닌 것처럼 여기던 때는 가고, 오히려 그들을 획일화된 교육의 희생양이라고 동정하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세상은 이렇게 흘러간다 치고, 성경은 이러한 인간을 향해 뭐라고 할까?

당연히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성경에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안 하는 사람을 '게으르고 책임감이 없다'라고 한다.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신부는 신랑을 맞이하지 못했듯, 부지런하지 못한 자는 미래에 대해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주님이 오실 때를 부지런히 준비하라고 성경은 말한다. 하긴, 성경의 이런 측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의 사상을 '기득권의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지만.

가치관의 혼란 시대. 내 맘대로 사는 것이 멋있고 정당화되어 가는 이 때에 크리스천마저 흔들리는 듯하다. 자신이 싫어서 싫증이 나서 그만 둔 일을 '하나님께서 원하신다'고 핑계대기까지 한다. 성경을 다시 보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맘대로, 내 감각이 이끄는 대로 행하는 세상 사람들의 결말이 보인다. 그때, 또 하나의 철학 체계를 인류는 세워야만 할 것이다. 본능에만 의지하는 세대의 종말을 보면서, 인간은 또다시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박형주 / 광양옥곡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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