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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35

 

 

 

 

 

 

  

팡세

 모름과 아님

김병혁 전도사 / 경기도 화성교회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과 가장 보고 싶은 것을 고르라면 IMF와 타이타닉(얼마 전에 개봉된 영화 제목)을 든다고 합니다. 세간에 회자되는 우스개 소리입니다만,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는 어떤 묘한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IMF 체제와 함께 다가온 거대한 폭풍우에, 하루아침에 대서양 바다에 침몰당한 타이타닉 호의 신세가 되어버린 한국 경제…. 모든 국민이 참으로 절박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소망의 닻을 놓지 않고 있을 즈음, 우리는 격랑의 파고 속에 침몰해 가는 또 다른 타이타닉 호의 흉물스런 잔해를 바라보는 아픔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장로라는 직함(?)을 가지고 이 나라의 안보를 담당한 사람이 자신의 죄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성경책 속에 숨겨간 칼로 자신의 배를 가르고, 배포 큰 어떤 목사는 교인들로부터 걷어들인 70억 원을 자기 용돈처럼 물 쓰듯 쓰다 쇠고랑을 차고, 또 한국 교계의 지도자라 자타가 공인하는 한 목사는 텔레비전 프로를 통해 불륜적인 사생활과 교회 건축비 횡령 혐의가 온 천하에 공개되고…. 기독교 관련 비리 뉴스가 아니면 더 이상 신문 사회면을 채울 수 없을 듯이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위 사건과 연루된 교회와 기독교 단체는 이러한 보도를 '새 정부의 기독교 탄압', 또는 '언론의 기독교 말살정책', 심지어 '기독교 수난 시대의 개막' 등으로 표현하며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소리 높이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위가 어찌되었든, 매체를 통해 보도된 기독교 관련 뉴스는 IMF 한파로 시름하고 있는 국민들, 그 가운데서도 이 땅에 살아가는 많은 성도들에게 경제적 어려움 이상의 충격과 허탈감을 제공하기 충분했습니다. 그 이면에 검푸른 대서양 바다 속으로 빠져 가는 타이타닉 호의 운명처럼 깊은 상실의 심연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한국 기독교와 교회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영화(映畵)가 아닌,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現實)이기에 더욱 착잡하기만 합니다.

절박한 신앙적 갈등과 함께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무엇이 한국 기독교와 교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우리는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침몰하는 한국 기독교와 교회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심정은 어떠하실지, 앞으로 남아 있는 하나님의 요구하심은 어떤 것인지…. 이러한 질문에 유일한 답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는 모른다'와 '우리는 아니다' 였습니다.

다방 수만큼이나 교회 십자가 수가 많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존재해야할 이유에 관하여, 교회가 존재해야할 이유에 관하여, 그리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관심이 없습니다. 하나님에 관한 무지를 신앙의 용기로 알고 살아가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또한 경박한 실용주의에 편승하여 지상에서의 성장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교회, 천박한 상업주의와 결탁하여 값없이 주신 복음을 값싸게 팔고 있는 목회자, 어떻든 간에 무조건 성경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반지성주의적 신학자, 신비적 체험으로 물아 일체적 환상에 몰입하길 원하는 성도들, 세상에서 가장 힘있는 능력 종교를 꿈꾸는 기독교 이상가들이 판치는 오늘의 자리는 결코 성경에서 말하는 그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 시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기독교 존립의 위기 의식의 원인은 바로 여기, '우리는 모른다'와 '우리는 아니다'라는 명제 가운데 함축되어 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른다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진리와 상관없는 자기 고집의 자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계획과 염려와 집착이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하심보다 앞서는 곳에서는 언제나 불합리가 합리화되는 모순과 역설이 정당화되었습니다. 인간의 자유가 하나님의 주권보다 강하게 외쳐질 때 기독교는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성경 계시가 역사와 사건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너무나 명맥하고 분명한 증언입니다.

그 동안 우리가 안다고 자부해왔던 것에 대해, 우리가 여기라고 생각하던 자리에 대해 철저하리만큼 깊은 회개와 돌이킴이 필요합니다. 이 길만이 죄의 심연 속으로 침잠해 가는 영적 타이타닉 호를 인양하는 길이며, 그 배와 운명을 같이 한 수많은 백성을 구하는 일임을 확신합니다. 이번 기회로 인해 IMF 강풍이 우리의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고 있음직한 거품 문화를 청소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듯이, 오늘날 한국 기독 교회의 수치스런 행태가 드러남으로 인해 다시 한번 우리의 죄성을 깨닫고 하나님의 전적인 의지에 순종하는 신앙적 결단의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너무 순진한 사색일까요? 다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은혜를 간절히 소망할 뿐입니다.
 

김병혁 전도사 / 경기도 화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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