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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36

 

 

 

 

 

 

  

팡세

그 사소함으로

'주의 인자는 끝이 없고 / 그의 자비는 무궁하며 / 아침마다 새롭고 늘 새로우니 / 주의 성실이 큼이라 / 성실하신 주님'

박효영오늘 이날 역시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며 우리의 도움이 되시는 하나님(시121)께 참으로 감사한 날입니다. 우리의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눕는 수고가 헛되게 아니하시려고 성실하신 주님께서 이 하루도 새롭게 빚어주실 것(시127:1∼2)을 믿습니다.

언제나 맞이해 온 이 아침인데, 다사로운 5월의 햇살이 더욱 감사함은 그간의 찌뿌둥한 날씨 탓만은 아닙니다. 생명의 하나님께 기도(시42:8)하는 하루를 주셨음이 생명을 얻은 자로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는 이 죄인에게 참 평안을 주셨으니, 이는 곧 여전히 넘어지고 실패하며 좌절하는 인간임을 다 아심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다고 약속하신 로마서 8장의 승리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으시려고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우리에게서 어떤 의로움이나 착한 모습도 도저히 발견할 수 없었을 때, 오히려 그를 등지고 그의 원수 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는 혼자서 외로이 고독하게 그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이제 그가 가신 이 좁은 길은 우리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또한 이제 이 길은 결코 혼자서 외롭고 고독하게 가는 길이 아닌 줄을 압니다.

이렇게 새 날이 시작되는 이 아침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치는 기쁨 그 자체입니다.

지금까지의 평범한 말(크리스천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말)로 또다시 늘 새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은 주님의 놀라운 은혜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제게는 고3의 터널을 막 지나오는 그 동안 Special한 분으로만 자리해 있어서 요즘 깨닫는 이런 평범한 것들이 더 충격적이고 놀랍다는 고백을 한다면 이해가 되실런지요?

수능시험이 끝나고 '편지'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현재 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만큼은 그 때에도 굉장한 눈물을 요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요즘 저는 거기에서 나왔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자주 읽습니다. 아니 아주 묵상을 합니다. 그러고 나면 결코 습관적이지만은 않은 한마디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외쳐지곤 합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아멘!"

이렇게요.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과 사람들과 …… 온 우주 만물을 통해 쓰신 이 '즐거운 편지'는 창조주, 당신만 읽어보기에 심히 좋고 말아버린 것이 아니라 피조물인 우리에게도 한없는 즐거움임을 깨닫습니다.

무지개빛으로 선명하게 맑은 것들을 비추는 이 아침의 햇살이, 머리카락을 날려 얼굴과 목을 간지럽히는 조용한 봄 바람이, 나를 반기는 친구들이, 나를 순수하게 하는 어린 시절 추억이,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 나를 눈물나게 하는 옛 상처들이, ……, 하룻동안의 모든 일들이, 당연하고 때론 우연인 모든 사소한 것들이 나를 부르시는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행복합니다.

그 동안 너무나 특별한 분이셔서 동시에 사소한 존재로 묻혀버린 모습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이제는 즐거움으로 주시는 그의 편지임을 가르쳐 주셨기에 감사합니다.(롬8:28)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3:6)' 오늘도 모든 일에 특별히, 평범하고 사소한 일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새롭게 하심으로, 복된 날을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박효영 / 개바연 2기,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1학년

 

'개바연'은 '개혁주의 신앙의 바른 이해를 위한 연구모임'의 약자이며, 현재 광주·전남지역 대학생을 중심으로 매주 공부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문의 : 윤성목 간사 012-1096-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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