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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던가. 골수암에 걸린 어느 청년의 이야기가 국민적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그 청년의 이름은 '브라이언'. 어렸을 때 외국에 입양된 그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시 한국의 친부모를 찾아 헤매던 이야기는 대대적인 수혈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는데…. 그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은 며칠 전 TV 프로 때문이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담담했던 청년의 눈망울, 친부모와의 상봉 장면, 입양 가족의 정성 등 감동적인 장면들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든 것은 양아버지의 기도 때문이었다.

"하나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브라이언 때문입니다."
한국의 이름 모를 친부모를 찾기 전, 양부모의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기도를 했다. 으레 브라이언에게 힘을 주시고 그의 부모를 찾게 해달라고 애타게 기도하리라 예상했지만, 그 기도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 이 모든 것은 주님의 섭리이시며 주님의 계획 가운데 이루어졌음을 우리가 알고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IMF 한파로 사람들의 신음 소리가 높아져 가는 1998년 여름. 기독교 서점에 들러 신간 안내 책자를 펴들어 보니, 무더위가 싹 가시는 듯 하다. 몇몇 추천도서들의 제목이 으스스한 까닭이다. 언제부턴가 기독교계 책표지에 '교회 성장'이니 '부흥'이니 '성령'이니 하는 단어들이 사랑 받더니, 이제 '저주'라는 단어들이 자꾸 눈에 띈다. 필시 IMF 경제 한파로 인해 고통받는 교인들을 겨냥한 듯 하다. 빚진 자도 모두 사악한 어떤 영에 의한 것이고,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는 것도 모두 조상 대대로 풀리지 않은 저주들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3백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글에서, 고난이 닥칠 때마다 하나님의 어떠한 섭리였을 것이라 애써 믿어왔던 순진한 교인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어떤 책은 벌써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당당히 올랐다. 책을 추천하는 말엔 어김없는 증명 날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은 성경적…'. 요즘같이 하수상한 시절을 이겨내는 방법이 고작 이런 것밖에 없었을까.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 말이다. 아니면 교계 출판계의 어려운 사정 때문일까.

"그러므로 너희에게 구하노니 너희를 위한 나의 여러 환난에 대하여 낙심치 말라 이는 너희의 영광이니라"(엡3:13)

옥고를 감당하면서 에베소 교인들을 향해 던진 바울의 한마디. 그는 로마의 옥에 갇힌 현재의 환난(患難)이, 그리스도의 경륜과 뜻을 이루는 데 필요하여 되어진 일이니 오히려 영광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친다. 슬프고 고통스런 자의 자세. 그러나 복음의 은혜를 입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반응은 이렇듯 매우 다르다.


정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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