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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1년 전의 일이다. 쌀 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이 들고 일어섰다. 민족의 자존심이라고 여겨지는 쌀 개방 문제를 그냥 넘어가게 할 순 없다며 대학 내 모의투표까지 시행하기도 했다. 격렬한 학생들의 움직임.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자못 냉정했던 걸로 기억한다. 비운동권 학생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어서 토론회나 집회 등의 참여율도 저조했던 게 사실이다. 일부에선 쌀 개방의 여파를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시민들의 반응은 당연히 무관심 쪽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온 국민이 '피부'로 느낀 것일까? 순천에서 상업에 종사한다는 김개동씨(남, 40세, 상인) "공소시효가 지나가기 전에 미리 손을 썼어야 했다. 정말 아쉽다. 현재의 법 체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회 차원에서 특별법 등의 해결 방안을 새로이 다루는 게 정상일 것이다." 화장품 가게 점원인 황모씨(여, 26세) "많은 생각은 안 해 봤지만 '공소권 없음' 결정은 분명 나쁜 것이다. 벌받을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는 그 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명운동에 당연히 참여하겠다." 허민호씨(남, 25세, 대학생) "양민 학살은 반인륜적이고 반민족적인 악질범죄다. 그런 일이 후세에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하고 그런 이유로 학살자를 꼭 처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결 같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PC 통신에서도 연일 격렬한 토론이 열리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전에 근무 중이라는 이정수씨(남, 29세)는 "특별법, 특별검사제를 제정하고 반란죄, 양민 학살죄, 국민 기만죄, 기타 등등의 죄목을 붙여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슬라'라는 통신명의 임종형씨(한양대 안산캠퍼스 91학번)는 "외국의 경우 특별법을 도입해서 반민족적, 반인륜범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안다." 면서 성공한 구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철저히 법적으로 깨 부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SOLNAMU'의 등록자명(ID)을 사용한 한 시민은 '5·18 불기소, 김대중씨에게도 책임 있다!'라는 제목의 기재글에서 "김대중씨까지 5공 세력과 야합하는 판에 5·18을 처단 못한 현정권만 탓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정치적 비난이라고 안 할 수 없다."며 5·18은 모든 민족 세력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사항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처음이구나! 온 국민의 힘을 모아요!" "열 마다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을..." 등의 많은 기재글들이 올라와 있어 이번 문민정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 볼 수 있다. 이번 국민들의 '학살자 처벌'의 외침은 지역·연령·직업·종교 등에 관계없이 일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온 국민이 집단적으로 나섰던 60년 4·19 때에도 독재자 이승만이 하야했고 87년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를 불러왔다. 이번 국민들의 외침은 '학살자 처벌'이라는 당연한 논리를 당연히 받아들이라는 문민정부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순간을 살기는 쉬워도 영원을 살기는 어렵다. 현장에서는 졌으나 역사에서는 승리요 빛나는 일들이 많이 있다. 어는 누구나 자신만을 위해서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나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짓과 허위가 잠시 동안은 득세해도 이내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진리가 그 주인됨을 관철시킨다. 시대의 절박한 요구를, 민중들의 절절한 염원을 체현하고서 떨어져 나간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은 별들이 되어 조국의 미래를 밝혀준다. - 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현재 안동 교도소에서 10년째 복역 중인 전남대 의대 82학번 강용주씨의 글이다. 그가 크리스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의 말은 우리 크리스천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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