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실보다 먼저 우리에게 접근한 영화. 영화는 깊숙히,
그리고 빨리 스며드는 매체다. 동성애가 우리의 문화
속으로 침투한 것도 역시 영화를 통해서이다. 영화를
통해서 동성애는 미화되기도 하고 은근히 비하되기도
했다. 이런 동성애 소재의 영화는 9-년대 들어서
봇물터지듯 우리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영화 중
동성애가 비교적 핵심적인 주제가 되어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인식된 것은 '크라임 게임' 북아일랜드
독립 지하조직인 IRA에서 도망친 채 쫓기는 남주인공
퍼거스와 성전환증자인 여주인공(?) 딜의 애정이
아슬아슬 하게 그려져있다. 게이인줄 모르고 딜에게
접근한 퍼거스는 사실을 알고 한동안 방황하고, 딜은
당당히 자신의 사랑을 요구한다. 결과는 해피엔딩을
암시한다.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 역시 동성애를 주제로 한
것으로 감옥이라는 통제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성전환증자와의 사랑을 보여준다. 요절한 스타
리버피닉스의 '아이다호'는 동성애가 주제는 아니지만
동성애자들에게 몸을 파는 소년 남창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밖에 톰행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필라델피아'는 동성애자로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가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줘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
낸다. 양념으로 동성애, 또는 동성애자를 등장시킨
영화도 있다. '양들의 침묵'과 '원초적 본능'은
살인사건의 주인공들을 동성애자로 설정하고 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도 남성 흡혈귀들의 사랑이
그려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마담 버터 플라이'는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자로 위장한 중국의 오페라
배우와 중국 주재 프랑스 외교관 사이의 사랑과 절망을
그린다. 비슷하게 중국의 경극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패왕별희'는 장국영이
여장 경극 배우로 나와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두
영화는 동성애 영화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길들여진 운명에서 비롯되는
비극적인 사랑을 표현하고자 한 영화다. 반면 대만 감독 앙리의 '결혼피로연'은
동성애가 '가정'이라는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대만인 웨이퉁은 미국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 대만의 부모님들이 그를
결혼시키려 미국에 나오게 되고 여러가지 해프닝이 있은 후 부모님은 그의 남자
친구를 인정하며 돌아간다. 위에 언급한 다른 영화들이 여성화된
게이(Gay)내지는 성전환증자들과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남성들의 사랑만이 주 소재가
되었는데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두여자의
사랑'은 교수와 대령의 직업을 가진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 동성애의 권리를 주장하는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봄 실제 성전환증자를
출연시켜 만든 영화 '마스카라'가
제작되었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살아야 하는 성전환증자의 고단한 삶이
그려져 있다. 최근에는 박재호 감독의 3부작
'내일로 흐르는 강'의 마지막 3부가 게이들의
이야기로 꾸며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가 동성애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지만 영상 매체인 영화의 흡입력으로 인해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진리를 망각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글 : Cn.N
(Cn.N. 이란 손이나 옷깃 따위가 마이크에 스치면서 녹음된 잡음을 뜻하는
Case Notse라는 단어와, 초기영화 전용 5Cent 짜리 극장 이라는 뜻으로
Nicjelodeon 이 합쳐진 것으로,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진단하고 토론하여 글을
통해 하나님의 문화를 알리는 참된 잡음을 일으키고자하는 크리스챤들의
작은모임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