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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The Voice는 천리안 KCM의 The Voice 게시판(Go kcm.c)에 긴급 토론을 신청했다. "민주노총 간부들이 명동성당으로 간 이유?"라는 주제로 계속해서 토론이 진행되었다. 많은 글들 중 유독 한분의 글이 눈에 띈다. 그것은 "교회, 대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이었다.
번호:279/280 등록자:KMINMOK 등록일시:97/01/22 16:53 길이:82줄
제 목 : [토론]교회, 대안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피난처가 명동성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작년의 경우 조계사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계사와 명동성당이 침탈당할 때(제작년) 기독교회관에 있었던 KNCC도 침탈당했습니다. 거기서도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었고, 그들은 개처럼 끌려갔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큰 사건 속에서 교회는 비록 미미하지만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그게 영락교회나 소망교회, 혹은 순복음교회같은 거대교회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그들은 명동성당을 선택했고, 아마 명동성당이 침탈당했더라면 조계사로 옮겨갔겠지요. 그리고 거기마저 침탈당했다면 어쩌면 KNCC에 왔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보면 기독교는 마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을 때 기독교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선도적인 역할을 말입니다. 비록 작고 힘이 약했지만, 그리고 소수였고 따라서 더 많은 고통을 받아야 했지만...
70년대를 생각해 봅시다. 70년대 그 엄혹했던 시절에 대부분의 교회들이 침묵하고 있던 그 겨울에 목요기도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 억울한 사람들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 그리고 더 나가서 민주화를 갈망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울분을 토로하고 가슴을 열고 기도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도회였습니다. 아니 거의 유일한 장소였습니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의 더 엄혹했던 그 아픔의 시절에 일단의 교회들이 생겨났습니다. 이 땅 민중들이 당하는 고통을 더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신앙을 가진 목사님들이 교회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중들의 아픔을 자신의 삶 속에서 함께 나누는 교회를 상정하면서 교회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민중교회"들입니다. 지금도 전국에 100여개의 민중교회가 있고, 이번 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지난번에 있었던 목회자 1000명의 선언, 그것의 주축이 누구신지 아십니까? 그리고 KCM 토론실에도 계속해서 기도회 홍보가 나갔었는데 그 기도회를 만들어내고 주도적으로 일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전국 100여개 교회에 흩어져 계시던 "민중교회"의 목사님들이셨습니다.
민중교회는 명동성당처럼 시내 한가운데 커다란 덩치로 자리잡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도 교회를 세우려고 하지 않는 공단주변과 빈민지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교회를 개척하신 많은 분들이 어떻게 해서든 그곳을 떠나려고 갖은 수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인의 숫자에 상관없이 묵묵히 그런 일들을 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어떤 일이냐구요? 바로 민중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삶을 나누는 것입니다. 개신교에 이런 사회적인 일을 하는 교회가 없다구요? 개신교는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구요? 너무 큰 것만, 너무 피상적인 것만 보고 계시는군요. 오히려 명동성당이 한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그저 가만히 있으면 큰일 있을 때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들을 보호해 주는 일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개신교에 있는 이런 바닥에서 일하시는 분들(여러 분들이 계시지만 대표적으로 민중교회를 예로 들었습니다.)은 일상적으로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파업을 하다가 구사대에 쫓겨난 노조원들은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바로 민중교회로 갑니다. 그들을 보호하다가 감옥에 가셨던 목사님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물론 한국교회 대부분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대형화와 물량주의가 하나님을 대신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의 개신교니까요. 그러나 개신교에 진정한 교회가 없다구요? 민중들이 당하는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교회가 없다구요?(중략)
한국 개신교, 대안은 있습니다. 민중교회를 살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교회들을 자꾸 개척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철거싸움에 관여하면서 가이주단지(철거당한 세입자들이 아파트가 완공될때까지 임시로 거주하는 집)를 얻어내고 나아가 아파트 입주권까지 얻어내는 교회가 있습니다. 그게 교회의 입주권이 아니라 세입자들의 입주권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많은 어려움을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받아주고 그들의 고통을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아무 가진 것 없지만 애쓰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인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하면서... 이렇게 알게 모르게 구석 구석에서 애쓰고 있는 참된 교회들을 발굴하고 찾아나섭시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런 교회들을 세워나가는 겁니다.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V)
-편집자 일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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