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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사회 구제·봉사에 대한 호응도 낮아 "어쩔 수 없다"
불우 이웃·소년소녀 가장 돕기, 선교사 후원비 마련 등 교회 구제 사업의 한 예로 '일일 찻집'이 있다. 젊은이들이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겨울방학은 그야말로 일일찻집의 '시즌'이 된다. 그러나 일일찻집에 대한 교인들의 무관심 탓에 티켓 판매량 역시 예년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판매 담당자들이 교인들이나 타 교회·단체에 표를 할당하거나 떠맡기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이른바 '티켓 강매'. 티켓 강매 현상은 같은 취지의 각종 소규모 공연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교회나 선교단체의 아마추어 공연 단체들은 공연의 수준이 낮은 게 보통이지만, 일반 전문 공연과 다름없는 관람료의 티켓이 발행된다. 이렇게 발행된 티켓들은 수십에서 수백 장씩 꾸러미가 되어 다른 교회나 단체에 할당되고 있다. '다 팔아라'는 것이다.
또 다른 모습도 있다. 50장 정도의 표가 한 교회에 할당된다 치자. 교인들이 표를 기꺼이 사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러나 표를 할당받은 교회는 표 값을 계산, 교회 기관의 예산으로 단체에 지불한다. 그리고 참여를 원하는 교인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식으로 티켓 판매가 마무리된다. 이같은 모습 역시 일일찻집 티켓의 강매 현상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일일찻집 티켓, 어떻게 할당되는가 모월 모일 광주 A교회 청년부에서는 일일찻집을 열었다. 시내 커피숍 하나를 빌려,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찻집을 운영했다. 일일찻집을 여는 목적은 몇 해 동안 청년부와 알고 지내던 불우한 이웃과 재활원, 고아원 등에 재정 지원을 하기 위함이다. 표는 한 매당 3천원권으로 400매 정도 찍어냈다. 그중 300매는 같은 교회 여전도회에, 100매는 대학부에 맡기다시피 하여 표를 분배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표들은 장년부에 보내졌다. 100부 정도를 할당받으면서, A교회 대학부 회장 윤의석씨(가명, 24)는 청년부 회장 조현득씨(가명, 28)에게 '일일 찻집 티켓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50여장 정도밖에 팔 수 없을 것 같다'고 미리 하소연하기도 했다.
일일찻집 수익, 사실은 후원금 T교회 대학부도 역시 작년 12월 소년 소녀 가장 돕기와 해외 단기 선교 후원금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을 열었다. "600여 장의 표 중에 일대일 식으로 판매하여 회수된 표는 100장 정도뿐이다. 이처럼 정상적인 방법으로 표를 팔면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는다. 표가 안 팔리는 대신 '후원금'으로 들어오는 돈을 가지고 일일찻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티켓의 판매구조에 대한 T교회 대학부 임역원 김창석씨(가명, 23)의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후원금'의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집행부는 6백장의 표를 교회의 부서나 교인들에게 수십에서 수백 장 할당하여 표를 팔아주도록 부탁한다. 표를 맡은 측에서는 우선 일일찻집 티켓을 받아놓고 예산에서 표 값을 따로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표 값에는 '후원금'이라는 이름이 따르게 된다. 이 역시 일일찻집에 대한 호응도가 낮은 이유로 등장한 독특한(?) 판매구조다.
일대일 판매 힘들다 대학부 내에서 판매책임을 맡게 된 김창석씨. 그는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조를 찾아가 조별로 표를 할당하여 맡기고, 후에 조장을 통해 표 값을 회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쉽게 구매에 응하는 교인은 많지 않았다. 구매를 거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짜증 섞인 불만이 자꾸 쏟아졌다. 본의 아니게 이런 짜증들의 표적이 된 김씨는 내심 속이 상한다고 토로한다. "아무리 교회 일이라고 하지만 인간적으로 정말 싫다. 교인들이 표를 사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핑계를 댄다. 대개 시간이나 돈이 없다거나, 또는 행사 당일 약속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물론 가기 싫다는 표현을 직접 하는 이들도 있다."
희석된 본래의 의도 문제는 일일찻집 티켓이 무리하게 판매되는 와중에 교회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는 부작용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일찻집의 목적에 대해서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로 표를 구매했다는 한 자매의 말을 들어보자. "교회 역시 단체 생활 중의 하나이고, 그 일원으로서 한 장 정도는 사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표를 파는 사람을 보았다. 하긴, 교회가 '단체'라는 말에 수긍도 가고, 때문에 한 장 정도는 싫어도 사게 된다."(서지수, 20, 여, 광주 T교회) 표를 산 이유는 단지 '공동체 논리'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김창석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단체 생활이란 논리를 들어 세상의 '주막'과 다름없이 일일찻집 티켓 구매를 엄포하거나 강요한 것이라면, 이것은 엄연히 '강매'다. 처음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본래 봉사심이나 구제의 선한 마음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교인들의 마음에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것. 그 자연스러움이 지금의 일일찻집 티켓 판매 구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간다. 정설 편집장(pulitzer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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