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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형이 교회에 가지 않는 이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증권회사에 다니는 29살의 박용수(가명)라는 청년이다. 이 청년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할 필요 없이 이 청년이 왜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는지 말해보겠다.
내가 용수 형('형'이라는 호칭을 붙인 건 그가 나보다 5살이 많기 때문이다.)을 만난건 지난 1월 3일 일신문고 앞에서였다. 지난 여름에 만나보고 처음이었으니까 거의 반년만이었다. 그는 그새 살이 많이 빠져있었고 얼굴색도 약간 검어보였다.
우리는 여차여차 해서 일신문고 11층에 있는 북카페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동문 선후배 사이인지라 고등학교 야구부 이야기를 꽤 오래했다. 그러다 나는 문득 그가 산 몇권의 책들이 궁금해졌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어떤 책을 읽나 해서였다.
그가 산 책은 인터넷에 관련된 책 몇 권과 일본어 회화책, 그리고 '좋은생각'인가 하는 수필집이었다. '좋은생각'은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땐 무심코 생각하기를 '비크리스천들은 이걸 가지고 Q.T.를 하나?' 했던 기억이 있다. 여타 수필집과는 다르게 '좋은 생각'은 하루하루 정해진 페이지를 읽으며 스스로 명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치 크리스천들이 사용하는 Q.T.책자처럼 말이다.
"형도 이걸로 Q.T.하려고?" 나는 그때 별 생각없이 그렇게 말한 것이다. 나는 지난 대학 4년동안 아침일찍 도서관에 가방을 놔두고 Q.T.모임을 가다 용수형을 만난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그는 "아. 그 큐틴가 먼틴가 하러가냐?" 라고 묻곤했던 것이다. 그땐 그가 비웃는 것 처럼 보였는데 이제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가 Q.T.라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가 이제와서 Q.T.비슷한 것을 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좋은생각'을 사게된 이유를, 그리고 그걸 어떤 용도에 사용할 것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는 그의 지난 반년 동안의 생활상을 내게 털어놓아야 했다. 그의 목소리는 왠지 떨리고 있었는데 이는 그가 새로운 생활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회사에 들어가보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아야 편하더라. 그저 하라는대로 하고 남들 사는 것처럼 사는거 말야. 괜히 튀어 봤자, 피곤해지고.."
그는 사회라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데 실패한 듯 했다. 그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차라리 붕어빵 장사가 부럽더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반년동안 자신이 자신의 생활을 지배하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나를 지배할 수 없었어.'라고.
그래서 그는 교회엘 나가볼까 하고 몇번이나 고민했다고 한다. 자신을 지배할 힘을 얻어보기 위해서 말이다. 내 기억에 그는 대학시절 교회에 몇번 간적이 있는 것 같았다. 다른 동문 선배들은 하나님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색이 굳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자리를 슬슬 피했지만, 용수 형만은 꽤 관심을 갖고 들어주곤 했다. 이것저것 묻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용수 형과 자주 하나님에 대해 이야길 했고 그럴적마다 그는 "그럼 알라신은 하나님과 어떤 관계냐"는 등의 질문을 해 오곤 했다. 그는 아주 진지했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내가 불쑥 물었다. "교회엔 왜 안갔는데?"
그러자 그는 "사실 나.. 대학교 1학년때 주일학교 교사까지 했어. 우리 아버지가 장로님이시거든."<Ne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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