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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도입

뭘 어떻게 가르치지?

만나서 반갑다. 이거, 정작 만나고 나니 좀 쑥스럽다. 간단히 끝내자. … 내 이름은 현진. 중고등부 담당 전도사 생활을 했다. 그냥, 지금은 쉬고 있다. 인적 사항에 대해 더 이상 자세한 것은 알려고 하지 말아달라. 할 이야기나 어서 하자.

뭘 어떻게 가르치지? - 한 전도사의 고민

신학교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뒤 바로 휴학을 했다. 쉬면서 진로를 생각하던 중, 아버님 소개로 이곳 교회 교육 전도사로 부임하게 되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차피 학비를 마련해서 대학원 복학도 해야하고 경험도 쌓자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다.
이곳 교회는 전에 신앙생활 하면서 섬기던 교회에 비하면 참 작은 교회였다. 중등부 학생 수가 열 셋. 고등부는 다섯. 학생회장은 선출되어 있었으나 요즘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었고, 아이들은 대부분 교회 집사님들의 아들딸이었다.
이 교회 장로님 따님이자 나랑 동기인 자매가 중등부 1학년을, 올 봄에 고등부를 졸업하고 대학 들어간 형제 하나가 중등부 2, 3학년을 맡았고, 나는 고등부를 맡아 분반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주일 예배 때 보면 교회 청년들이 몇 명 보이는 것 같은데, 청년부 모임은 아예 없다. 난 장부 정리 같은 것도 잘 못 하니까 총무 한 명이 필요한데…. 지금은 도와 줄 사람이 없다.
예배 인도는 쉽다. 설교 준비도 힘들지 않았다. 문제는 분반공부인데, 이것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세대차이가 난다거나, 성경 공부를 할 때 아이들이 주의 집중을 안 한다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동안인데다가 유머감각도 조금 있어서 아이들이 그럭저럭 잘 따른다. 문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신학교 2학년 때 읽은 '창조는 과학적 사실인가'를 다시 공부해서 창조과학 특강을 했다가,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서 낭패를 겪기도 했다. 근데 사실 그런 건 문제도 아니다. 되려 한 아이가 날 위로했는데, 뭐라고 했는 줄 아는가? '전도사님 괜찮아요. 굳이 그런 거 가르치려고 안 하셔도 우린 창조론을 믿어요.' 이렇게 되니 얼마나 무안했는지…. 또, 이성 문제 특강을 했더니 아이들이 지난번에 계시던 전도사님께 다 들은 내용이라고 했다.
내가 이 교회에 막 부임한 지난봄에는 고등부 아이들에게 요한복음 강해를 해 봤다. 아이들이 교단에서 나온 공과 교재를 지루해 해서이다. 요한복음 강해는 신학교 졸업반 때 교수님께 한 학기 내내 들었던 내용이었다. 고등부 아이들은 얌전히 듣고는 있지만, 내가 교수님의 강해 설교를 들으며 느꼈던 은혜를 아이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성경 강해는 솔직히 지루하겠지 생각하며 다시 다른 교재를 찾아보았다. 6월부터 두 달간 영어 성경 공부를 해 봤다. 안 되는 문법 공부까지 해가며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성경 말씀에 집중이 안 되는 분위기였다.
여름에는 공과공부를 차분히 하지도 못했다. 수련회는 하루 야유회로 대신했고, 주마다 산발적인 말씀을 가지고 묵상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8월말부터 두란노에서 나온 청소년 QT 교재를 사용해 봤는데, 어느 날 일이 터졌다. '구속자 그리스도'라는 단원을 공부 중이었다. 한 아이가 대뜸 질문을 한 것이다. '도사님! 저는 예수님이 역사적 인물인 것은 알겠는데, 나의 죄를 대신하신 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그분은 이스라엘 민족의 구세주이지, 한국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예요?'
황당했다. 처음 만났을 때 이 녀석은 그리스도를 영접했고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했다. 같이 기도도 여러 번 했고, 아무튼 믿음 좋은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반년동안 내가 뭘 가르친거지? 이제 QT 책이 끝나면 난 또 뭘 가르쳐야 하지? 왜 아직도 아이들은 하나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일까? 백날 설교해도…. 지금 내가 뭘 한참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목사님께 복학 준비에 전념해야겠다고 말씀드리고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너무 혼란스럽다. 선배 전도사님들은 그냥 서점에서 적당한 교재를 골라 1년 동안 잘 해 나가던데, 왜 우리 아이들은 그것이 늘 만족스럽지 못할까? 나부터도 그런 교재들이 미덥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젠 설교도 못할 것 같다. 나에게는 가르치는 은사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게 지금 나의 고민이다. 난감하다. 허탈하다.
참, 이게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선배 전도사님들이나 목사님들에 대해 솔직히 의심이 든다.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회에서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충분한 고민이 되어 있는지 말이다. 신학교 다닐 때는 골고루 배웠지만,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나니까 자신 없는 부분은 넘어가게 되더라. 나 같은 경우 종말론에 대해서는 아직 무엇이 옳은 견해인지 통 모르겠다. 이것을 아이들이 질문하면 난 그냥, 내가 어린 시절 배운 대로, '그런 건 너무 깊이 알 필요 없어.'라고 말한다. 결국 그런 것일까? 교회 교육에는 커리큘럼이라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 특히 작은 교회에서는?
나의 이런 이야기가 어쩌면 게으른 자의 항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지금 솔직한 거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지금 어렵게 하고 있는 거다. 잡지에 낸다고 했는가?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꼭 써달라. 다른 동료 전도사들도 고민해 볼 기회를 주고 싶다.
난 정말 두렵다. 이대로 목회자가 된다면 난 하나님 앞에 죄를 지을 것만 같다.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는 채로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길이 귀한 길인 줄은 아는데, 앞이 캄캄하니 답답해 미치겠다….
이제 가봐야겠다.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 그만 일어서겠다. 그나저나 당신도 젊은 나이에 좋은 일로 수고한다. 나도 나중에 돕고 싶다. 나부터 바로 선 다음….

황희상 편집장 / joyanc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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