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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똑같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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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 ! 밤이 아주 까만데 별이 콕콕 박혀 있어. 반짝이는 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아름다워서 '아악-'소리를 지르고 말았어. 어느 별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어. 꼭 하나님이 우릴 보고 그러셨던 것처럼. "요놈, 요 이쁜 놈들" 하시며 말이야.

그때 생각난다. 어릴 적 하나님은 내게 엄한 분이셨는데도 나는 하나님을 참 좋아했어. 그분을 아는 것이 내겐 자랑이었는데, 그건 아마도 '그분'이 아니라 '그분에 대해서' 였을거야. 칭찬받는 착한 사람이고 싶었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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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내가 어려울 땐 틀림없이 찾아와서는 문제를 척 해결해 주시곤 했지. 멋진 분이셨어. 그분이 없이는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그분께 사랑한다고 고백했었지. 그런데 말야, 그냥 내 옆에서 돕기만 하셨던 그분이 글쎄 내게 사랑을 고백하시는 거야. 참을 수 없었어. 도와주신 것이 감사해서 그래서 그분 앞에 열심이었던, 그런 나였는데 사랑한다니, 사랑한다니... 나 역시 그분을 감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나는 아주 많이 자랐어. 그때 그 감격을 가지고 살았지. 그런데 하나님은 구덩이도 많이 파 놓으셨더라. 구덩이 속에 갇히면 어떤지 알아? 정말 아무 것도 안보인다구. 게다가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한적한 곳이면 나는 소리지를 힘도 없게 돼. 어떨땐 가지고 갔던 짐 봇다리를 풀어서 사다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편편하게 만들려고 흙을 파 보기도 해. 얼마나 비상한 방법이니, 그런데 왜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걸까. 정말 피곤하기만 한거야. 지칠대로 지쳐서 화도 내고 구덩이 많은 세상이 싫어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가 많았어. 정말 답답해.

너무 참을 수 없어서 일어서서 고개를 들면 뭐가 보이는지 알아? 말도 마. 하나님이 처음부터 다 보고 계셨던거야. 너 그럴 줄 알았다 하시면서 야단도 안 치시고 내 키를 쑥 자라게 하시지. 그런 구덩이쯤은 살짝 꺼진 땅이지. 우리 하나님은 못하는 게 없으셔. 난 너무나 감사해서 내 가방 안에 들어있던 아끼던 것들을 하나님께 드렸어. 그리곤 신나게 걸었어. 같이 걷는 길이 조금도 두렵지 않은거야.

한참을 그렇게 걷는데, 난 심심해지기 시작했어. 내 곁에 한 번도 안 계실 때가 없었던 그분이 공기처럼 너무 당연한 존재여서일까? 어쨌든 혼자 그 길을 걷는 것이 내겐 좀 벅찬 일이었어.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고, 몰래 흘리는 내 눈물을 이해해 줄, 그냥 같이 길을 걸어 주기만 해도 좋을 사람이 필요했어. 그런데 사람들은 다 바쁘고, 다 서로 자기 고독에 모두 나처럼 주저앉아 울고 있더라. 다 사람이 필요하다며 아무도 자길 사랑해 주지 않는다며 그렇게 투정하는 거야.

난 더 슬펐어. 사람들은 왜 다 이 모양이지? 주님처럼 그렇게 살 수 없을까? 어차피 신에 도달하지 못할, 결국은 완성되지 못할 게 인생이라면 왜 살아야 하는거지? 하나님은 우셨어. 네가 답을 알고 있지 않느냐! 인정하지 않은, 그래서 내것이 되지 못한 답을 나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 사람들은 외로운 만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거고 사실은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는 걸... 내 몸처럼 영혼을 사랑하고 나와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부르짖는 자가 여기 있는 것을 알았니? 그것은 하나님을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말 은밀한 비밀인거야.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이 기쁨의 감격을 저버리고 포기하려 했었다니, 그런 바보같은 짓은 다시 안할거야.

게다가 하나님은 내게 뭘 선물했는지 알아? 하나님을 아주 사랑하는 눈이 맑은 자매가 그랬어. '동역자가 되어줘'라구 말야. 그동안 난 하나님께 동역자를 구걸하고 있었는데,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여자이어도 남자이어도 좋으니 평생을 함께 걸어갈 친구를 보내달란 내 고백... 오히려 내게 되어 달라니, 우습지. 난 그 어떤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 행복했어. 그 있잖아, 처음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 받았던 그때만큼이나 난 행복했어. 그리고 내 투정에 나보다 더 외롭고 가슴아팠을 하나님께 미안했어. 근데 '미안했어요'라고만 말하면 하나님이 심장으로 웃으시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야. 행복한 사람이지. 혼자만 누리기엔 좀 아까운 사랑이다. 그지?

너무나도 많이 감사해서 난 또 가방을 열었어. 뭘 드릴까? 근데 하나님이 가방을 빤히 쳐다보시는 거야. '다?' 망설였지만 가방을 다 내밀었어. 그랬더니, 들어준다 하시는거야. 난 왜 그 무거운 가방을 낑낑대며 들고 다녔던걸까? 어쩌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아니라 들고 있는 가방 때문에 무거웠던 건 아니었는지. 지금 난 아주 가볍다. 나는 또 여전히 무심코 걷다 넘어지고 아프면 참지 못해 울기도 할 것이지만, 그러나 하나도 걱정이 안돼. 이제 웅덩이 안에서 기뻐하는 것이 내가 더 자라야 할 키이고 난 그걸 어느 땐가 선물로 받게 될 것을 알기에.

나는 꿈을 꿔. 하나님을 따라가는 꿈을. 아침 햇살이 창가를 비추면 주님과 함께 일어나 말씀을 듣고 함께 사랑하는 영혼들이 아주 많이 살고있는 이 세상을 온종일 사랑하며 보낼거야.

친구야! 넌 꿈이 뭐니?

글 : 문 실(전남대 국문과,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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